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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명이 할일 '홀로' 해냈다, 67명 실종자 찾은 드론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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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연휴였던 지난 8월 14일 경남 통영의 사량도. 해 질 무렵 숲이 우거진 읍덕리 일대 고도 30m 상공에서 드론이 오르락내리락 비행했다. 조난 한 등산객을 찾았다는 신호였다.

이날 사량도로 등산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남편이 부인에게 SOS 문자를 보낸 건 오후 2시 30분쯤. 사건을 접수받은 경남경찰청 드론팀은 오후 5시 40분 헬기를 타고 조난 현장으로 출발했다.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드론팀은 수색에 나선 지 1시간 만에 탈진 직전 상태의 조난자를 발견했다. 당시 수색에 참여한 이승도 경남청 무인항공기 운용팀장은 “도착해보니 소방에서 예초기와 낫을 들고 숲을 헤쳐가며 수색을 하고 있었다”며 “곧 날이 어두워지는 상황이어서 하루를 넘겼다면 생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드론수색팀이 사용중인 실종자 수색용 드론. 황은지, 김민수 인턴

서울경찰청 드론수색팀이 사용중인 실종자 수색용 드론. 황은지, 김민수 인턴

1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대덕드론비행장에서 서울경찰청 드론수색팀이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황은지, 김민수 인턴

1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대덕드론비행장에서 서울경찰청 드론수색팀이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황은지, 김민수 인턴

시·도 경찰청마다 수색용 드론 6대씩 보유 

경찰은 2020년 6월부터 실종자 수색에 국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드론 1대는 30분의 비행시간 동안 59.5㏊(헥타르·1㏊=1만㎡)를 수색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같은 시간 동안 평지의 경우 50명, 산악 지역에선 120명을 투입해야 하는 넓이다.

경찰청은 2020년부터 매년 2대씩 전국 17개 시도경찰청에 드론을 보급해왔다. 현재 각 시도청은 6대씩의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도입 첫해 전문인력 34명을 선발한 데 이어 경찰 내 드론조종자 자격증 소지자 인력풀을 498명까지 확보한 상태다. 드론은 조종 전문인력 1명과 부조종인력 1명 등 2명이 한 팀이 돼 운용한다. 가로·세로 70.6㎝, 높이 47.5㎝ 크기의 드론 한 대 무게는 약 9.1㎏. 비행시간은 약 35분가량으로 조정 가능 거리는 3㎞다. 드론 하부엔 30배줌 광학 카메라와 4배줌 열화상 카메라가 달려있다. 대당 가격은 약 6000만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실종자 발견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9명, 지난해 30명의 실종자를 발견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28명의 실종자를 찾았다. 1만 1470회 날아올라 3713시간 9분 1초간 비행한 결과다. 경찰은 ‘경찰 무인비행장치 운용규칙’에 따라 실종 아동 수색이나 자살위험자 구조, 재난 상황 또는 테러상황에서 인명 구조를 위해 드론을 투입해야 한다. 경찰은 드론 활용도를 다방면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드론 기체를 제어하는 지상통제장치(GCS). 화면 왼편에 좌표 등이 표시되고 오른쪽 상단에 열화상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이 노출된다. 황은지, 김민수 인턴

드론 기체를 제어하는 지상통제장치(GCS). 화면 왼편에 좌표 등이 표시되고 오른쪽 상단에 열화상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이 노출된다. 황은지, 김민수 인턴

19~22일 치안산업대전에도 드론관 신설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엔 올해 처음 드론관이 신설됐다. 드론관을 담당한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 등 해외 경찰관들이 비행 성능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질의했다”면서 “내년에도 38대 기체가 추가로 ‘도 단위’ 경찰청에 확대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시도청 뿐만 아니라 산하 일선 경찰서를 거점 관서로 지정해 실종자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내년부터 강원도는 춘천 소재 강원경찰청뿐만 아니라 강릉경찰서에도 드론을 배치해 영동지방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은 ‘선도적 미래치안’을 비전 구현의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치안 분야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등 과학기술과 치안의 융합을 통해 과학치안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60여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는 ▶경찰 기동장비ㆍ드론 ▶경찰 개인 장비 ▶경찰 정보통신기술(ICT) ▶범죄수사ㆍ감식 장비 ▶교통장비ㆍ시스템 등의 전시 부스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개발 중인 4족 보행 순찰 로봇과 기존 38구경 권총보다 살상력이 낮은 플라스틱 탄으로 발사되는 저위험 대체총기 등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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