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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 축소되나…공화 하원수장 "우크라에 백지수표 안써"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하원 수장 격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미 매체 펀치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하원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blank check)를 쓰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9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9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카시 원내대표는 "경기침체에 빠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 될 수 없고, 백지수표 역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매카시 원내대표는 미국인들이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에 미 정치매체 더힐은 "공화당 주도의 하원이 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훨씬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하원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 220석, 공화당 212석, 공석 3석으로 민주당이 8석 더 많다. 그러나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물가 상승 같은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지지율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뽑는다.

앞서 지난 12~14일 미국 CBS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등록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원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224석, 민주당이 211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다면,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지난 2011년 5월 23일 미국 워싱턴주 중부 야키마에 있는 육군 훈련센터에서 시험발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지난 2011년 5월 23일 미국 워싱턴주 중부 야키마에 있는 육군 훈련센터에서 시험발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초당적인 입장이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600억 달러(약 85조원) 이상의 원조를 승인하고, 182억 달러(약 26조원) 이상의 군사 지원을 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반대했다.

더힐에 따르면 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인도적 지원안을 담은 400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의 법안을 처리할 때, 공화당에서는 상원의원 11명, 하원의원 5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의 로런 보버트 하원의원은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USA'(미국)이지 'US-ATM'(미국 현금인출기)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공화당원의 32%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3월에는 이렇게 응답한 공화당원이 9%에 그쳤지만 6개월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이탈리아의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이 1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자국 방송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이 1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자국 방송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정권 교체 등을 계기로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은 계속 나왔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달 조기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집권한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은 이날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부메랑이 돼 우리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4일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그는 극우 성향의 동맹(Lega)당 의원이다. 동맹당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친러시아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가 이끌고 있다. 폰타나 의장은 살비니 동맹 대표의 최측근으로,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서방의 빛"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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