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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코 두번 찌르기 싫어"…코로나·독감 원샷검사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열나는데 독감, 코로나 따로 검사해야 할까요?”
지난 15일 경기 파주에 사는 A씨는 맘 카페에 이런 질문을 올렸다. A씨는 “아이가 어제 저녁부터 열이 나서 오전에 소아과 다녀왔는데 목이 좀 부었다더라”며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잘 안 떨어져 다시 소아과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독감이랑 코로나19 검사를 하게 되면 두 번 검사해야 하냐”고 물었다. 아픈 아이가 코를 두 번 찔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였다. 동네 엄마들은 “코로나(검사)를 해보고 음성이면 독감 검사를 하더라” “동시 검사하는 키트가 있어 한 번에 하면 될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코로나와 독감 감염 여부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동시 진단검사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맘 카페에는 어린 자녀의 이중 검사 부담을 덜기 위해 같이 검사하는 곳을 수소문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코로나9·독감 동시 진단키트는 모두 18개에 달한다. 11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방식, 7개는 항원검사 방식이다.

허가받은 키트는 여럿 되지만 정작 이런 키트를 쓰는 동네 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코로나19와 독감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콤보 키트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출시됐지만, (건강보험 급여)청구 코드가 없어 활용할 수 없다”며 “대다수 의원이 준비를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키트 제조사 세 군데에서 건강보험 적용 신청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급여화해 키트를 적극적으로 써야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독감과 동일하게 비급여로 해야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라며 “동시 키트는 대안적인 상황이고, 전문가들 의견이 갈리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 위부터 아래로 차례로 대조선과 결과선(코로나19-B형 독감-A형 독감). 중앙포토.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 위부터 아래로 차례로 대조선과 결과선(코로나19-B형 독감-A형 독감). 중앙포토.

이 때문에 대다수 동네 의원에서는 열이 나는 의심환자가 오면 일단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음성이면 환자 의사에 따라 추가로 독감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그런데 코를 두 번 찔러야 하고, 비용이 추가로 들어 환자 거부감이 크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박근태 회장은 “한 번 더 찔러야 하는 데다, 독감 검사는 비급여라 3만원 정도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라며 “독감 검사를 받지 않고 그냥 감기약을 타 가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소아는 검사 공포가 큰 만큼 이중 검사를 하기가 더 어렵다는 게 박 회장 얘기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급여로 하자니 최근 재정 상황 때문에 부담스럽고, 비급여로 하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라면서도 “국민 불편을 덜고 빠른 진단을 위해 비급여·급여 결정을 조속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시 키트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 방식과 유사하다. 의료진이 면봉으로 코를 깊게 찔러 검체를 채취한 뒤 시약과 섞어 검사용 디바이스 위에 3~4방울 떨어뜨리면 15~20분 정도 뒤에 결과가 나온다. RAT의 경우 대조선과 결과선이 있다면, 콤보 키트에는 대조선과 코로나19, B형독감, A형독감 여부를 알려주는 선 3개가 결과에 따라 표시된다.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어린이가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어린이가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PCR로 동시 진단하는 방식은 정부가 지난 9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RAT처럼 진찰료 명목으로 500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활용도가 높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 외래에서 잘 쓰이지 않고, 입원환자 등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 적용 여부 결정은 아직이지만, 동시 진단키트를 구입해 원하는 환자 대상으로 독감 검사 수준으로 비용을 안내한 뒤 검사를 해주는 의원도 일부 있다. 한 동네의원 원장은 “콤보 키트가 편리하니 쓸 수밖에 없다"라며 "환자에겐 비급여로 3만원을 받고 코로나 검사에 대해선 수가를 청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 등재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비급여로 받는 건 법령상 맞지 않다”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결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격을 받는 것이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관련해 의료계 협조를 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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