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창원시 마산 앞바다에서 떼죽음 당한 정어리 폐사체 수거량이 200t을 넘는 가운데 죽은 정어리에서 발생하는 지독한 냄새로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가게 들어오던 손님도 나가
지난 17일 낮 12시쯤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드라마세트장 앞바다. 지난달 30일 집단 폐사한 정어리가 처음 발견된 곳이다. 당시 주변 상인들은 정어리 폐사체에서 발생하는 썩은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주민들은 “고약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올 정도”라고 했다.
정어리 폐사체 첫 발견 다음 날인 지난 1일부터 3일까진 연휴 대목이었다. 해양드라마세트장 주변 상인들은 “대목은커녕 종전 매출의 30%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바다 전망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서모(50대)씨도 "대목을 기대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했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냄새가 난다” “여기 바다는 왜 이리 냄새가 납니까”라며 들어왔다가 나갔다고 한다.
서씨는 “6년째 카페 운영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며 “앞서 주말 연휴 동안 손님들에게 ‘원래 이런 곳이 아닌데, 물고기 폐사 때문에 냄새가 난다’고 설명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상인들은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마산국화축제까지 망칠까 걱정하고 있다. 이 축제는 전국 최초 국화 상업재배지인 옛 마산(현 창원)의 대표 축제다.
산책도 못 나고 창문도 못 열고
이날 마산합포구 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약 4200가구). 아파트 앞 마산만 일대에서는 100t 넘는 정어리 폐사체가 수거됐다. 아파트 입주민들도 정어리 썩은 냄새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김모(40대)씨는 “바람이 불면 비린내가 집 안까지 진동한다”며 “한동안 창문도 못 열었다”고 말했다.
낚시꾼·갈매기만 “노났네”
반면 정어리 때문에 낚시꾼과 갈매기만 “노났네”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어리를 먹이로 삼는 갈치·삼치가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잡으러 온 낚시꾼들도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안가 곳곳에 진을 쳤다. 갈매기는 정어리를 쪼아 댔다.
지난 주말에도 이곳에 왔다는 A씨(50대)는 “낚시 초보도 갈치를 수십 마리씩 잡는다”며 “지난주에도 아이스박스 한가득 잡아 주변 사람과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정어리 폐사체 200t 넘어
지난 17일 기준 창원시가 수거한 정어리 폐사체는 202t이다. 해양드라마세트장 앞바다에서 처음 발견된 정어리 집단폐사는 이후 인근 도만항과 다구항, 마산해양신도시, 3·15해양누리공원 등 진해만 연안 전역으로 퍼졌다. 현재 창원시는 지난 15일부터 폐사체가 거의 나오지 않 사실상 ‘소강상태’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곧 결과 발표”
하지만 아직 정어리 폐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창원시 조사 결과 중금속·폐수 등 수질 오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민들이 잡은 정어리를 버렸는지는 해경이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산소수괴(산소 부족 물덩어리) 등 용존산소 부족에 따른 폐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mg/L 이하인 물 덩어리로, 어·패류 호흡 활동을 방해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입을 벌리고 아가미덮개가 열려 있는 죽은 정어리 외관이 용존산소 부족이나 갑작스러운 수온 변화로 인해 죽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남동해수산연구소는 현장에서 채취한 해수의 용존산소와 염분 농도, 중금속 성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진해만 정어리 떼 집단폐사 (조사) 결과는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