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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명중 307명 퇴사, 1200억 정부 '복지시스템'은 마비…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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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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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리츠1호 장기전세주택 추가 모집 관련 당첨자 발표 및 계약 체결 일정을 연기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최근 임대주택 계약 관련 일정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GH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예정됐던 일부 임대주택 단지 당첨자 발표를 연기했다.

이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오류에 따른 일이다. 지난달 6일 개통 직후부터 각종 복지 수당 지급이 지연된 데 이어 임대주택 당첨자 발표까지 미뤄지게 된 것이다. 입주 자격 검증을 위해선 이 시스템을 통해 소득 및 자산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자료 수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당첨 발표를 손꼽아 기다리던 신청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 관련 커뮤니티에는 “다른 지역에서 발표 연기가 계속돼 설마설마했는데 우리도 발표일이 밀렸다”, “공무원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70~80%가 오류투성이라 수기로 작성한다’며 언제 고쳐질지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한다”는 등의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집 계약 만료가 코앞인데 수기로라도 해서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220억원 투입했지만, 첫날부터 오류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차세대 사회보장시스템은 사회복지와 관련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로 정부가 2년간 1220억원을 투입했다. LG CNS와 한국정보기술, VTW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주했다. 첫 개통은 지난해 9월 이뤄졌으며 당초 올해 1월 2차 개통을 할 예정이었으나 3차례 연기돼 8개월 뒤인 지난달 6일 개통했다.

기대와 달리 개통 첫날부터 시작된 먹통 현상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6차 통합테스트 결과보고서’를 보면 시스템 오류는 예견된 참사였다. 6월 2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6차 테스트 결과 ‘스텝(step) 성공률’은 88.4%로 연결이 100% 매끄럽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해당 기간 1247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조치율은 88.2%로 147건은 수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통이 됐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개통 이후 지난 5일까지 한 달 동안 접수된 오류 신고는 10만2410건으로 개선 요구 처리율은 41.1%(4만2068건)에 그쳤다.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시범 운영 당시 92%가 넘는 성공률이 있었고, 2주간의 시간이 있어서 7~8%의 미진율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국감에 참석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고, 정상화 이후에는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오류에 대한 대처가 적절했는지 세밀히 따져보겠다”며 “10월 급여 지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섭 LG CNS 대표도 지난 6일 “이달 중에 시스템이 대부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이달 말 안정화” 말했지만, 인력난 심화

그러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발자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신사업 공공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무조건 포함해야 하는데 기업 간 협업이 잘 안 되면서 개발자 이탈이 이어진 것 같다”며 “남은 인력이 일을 떠맡을 처지였지만, 요즘 개발자가 대우를 잘 받다 보니 남은 인력들도 줄 퇴사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사실 개발자들이 있다면 분량 자체는 일시에 풀 수 있는 양이지만, 인력난이 너무 심하다”라며 “새로운 개발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빠르면 2~3주, 늦으면 두 달 정도의 학습 과정이 필요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단은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307명이 퇴사했다. 노대명 원장은 “9월 말 이후 현재까지 61명의 개발자가 이탈했다. 컨소시엄 내ㆍ외부에서 개발 인력을 구해서 충원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많은 기능이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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