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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카카오톡 불통 사태가 드러낸 뼈아픈 교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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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병호 정보미디어연구센터장·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박병호 정보미디어연구센터장·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에 불통 사태가 벌어졌다.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뱅크(금융)·카카오맵(지도)·카카오택시(택시 호출) 등 거의 모든 서비스가 멈추면서 국민 생활에 큰 피해를 끼쳤다.

메신저 서비스가 중단되자 주말에 모이려던 개인들은 소통 수단을 잃었고, 메신저에 저장된 상품권이나 자료들을 쓸 수 없었다. 운전 도중에 지도 앱이 멈춰 운전자들은 당황했고, 저녁까지 택시 기사와 승객들은 옛날식으로 길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잡고 손님을 태웠다. 은행에 넣은 돈에 손을 댈 수 없게 된 사용자들이 받은 충격은 말할 것도 없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 SK 판교캠퍼스 건물 화재 시작과 동시에 작동했어야 할 비상체계인 ‘이중화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평소 운용되는 장비를 못 쓰게 될 경우 나머지 하나의 비상 장비가 바로 작동해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는 것이 전산 장비 이중화의 목적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24시간이 넘도록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문제다.

‘이중화 시스템’ 제 역할 못해
안정적 서비스 장치 구축 필요
정보통신 수단 더 다양화해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개인들이 보험을 들듯이 정보통신 기업들은 장애 대책에 투자해야 하는데, 보험처럼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 비용을 아깝게 여기다 보니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정보시스템의 이중화와 그 요건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인 카카오뱅크의 복구가 유난히 빨랐던 것이 역설적인 방증이다.

메신저 등 다른 서비스에 대해서는 장애 대비책이 요구되지 않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7조 11항에서는 (카카오톡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 4시간 이상의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경우 이용자에게 그 사실과 손해배상의 기준과 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 예방 및 신속한 복구 대책은 종류를 떠나 정보통신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 경영에 필수적이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중화를 포함한 안정적 서비스 제공 장치가 필요하다. 버스·철도·항공 등 교통수단이 고장 나면 비상 운행 편을 제공하듯 정보통신산업에서는 시스템 이중화나 삼중화, 감시, 그리고 백업 등 여러 가지 장애 대책이 존재한다.

이번처럼 장시간 서비스 중단 사태를 초래하고도 카카오 측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데이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애 대책이 “스위치를 켜듯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은 무책임한 변명으로 들린다. 장애 대책을 제대로 갖췄다면 데이터 센터 하나가 못쓰게 된다고 회사의 모든 서비스가 장시간 멈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지난 4일에도 20분 가까이 장애를 일으켰다.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 측이 내놓은 “데이터센터를 이중화해 운영하고 있으나, 1개 센터 전체가 영향을 받은 유례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중화 작업을 적용하는 데에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는 설명은 역설적으로 이런 사태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정보통신분야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카카오톡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많은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과 중앙정부조차 소통 창구로 카카오톡을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하나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민간기업의 서비스 장애로 인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 재난상황실’을 설치하고 대통령실이 대책을 독려하는 상황은 특정 서비스에 대한 의존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의 제공은 국가에도 기업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완전히 막히는 일이 없도록 안정적인 통신수단을 중심으로 소통하되, 원리가 다른 통신 경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문자(SMS)와 메신저(인터넷)의 혼용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 사고는 주말에 일어났고, 대체로 복구가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정보통신업계는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장애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정부를 비롯해 모든 단체와 기업들도 소통 수단의 다양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통신체계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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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정보미디어연구센터장·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