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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스포츠 유엔총회’ 계기 ‘2036 올림픽’ 준비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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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스포츠계 유엔 총회’로 불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가 18일 집행위원회 회의에 이어 19∼20일 본회의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ANOC 총회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해 IOC에 속한 206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단, ANOC 집행부, IOC 위원, 국제스포츠연맹(IF)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스포츠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스포츠계 최대 규모 회의다. 이번 26차 총회는 1986년과 2006년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세 번째 총회다. 이번 총회에서 4년 임기의 ANOC 회장과 수석 부회장, 32명의 집행위원이 선출된다.

서울시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8%가 올림픽 재유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민 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도 한국이 1988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36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총회를 계기로 미래 올림픽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한국에 올림픽 개최가 필요한지, 그렇다면 어떤 유치 전략이 적절할지 고민해 볼 때다.

IOC위원장 등 1000여 명 서울에
“서울서 다시 개최” 의향 잇따라
손기정 금메달 100년 기념 뜻도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9·19 평양 공동선언’에 따라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실패한 남북한과 달리 개최지로 선정된 호주 브리즈번은 IOC가 추구하는 올림픽 가치와 비전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IOC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1896년 첫 근대 올림픽 개최 이후 한 세기 넘도록 올림픽의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자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해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 창출을 강조했다. 2021년 ‘올림픽 어젠다 2020+5’에서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달성에 스포츠와 올림픽의 역할을 명시했다.

라틴어에 기원을 둔 올림픽 모토는 지난 120년간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였다. 2021년 IOC는 기존 올림픽 모토에 ‘다 함께(Communiter)’를 추가하며 스포츠의 통합적 가치를 강조했다. 인류사회의 경쟁이 사활적이지 않고 통합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IOC는 IOC 위원 100여 명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던 올림픽 개최지 선정 방식을 2019년 변경했다. 10인 안팎의 미래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개최 희망 도시와 상시로 논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했다. 불필요한 유치 비용을 줄이고 과도한 로비를 방지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제 IOC는 친환경, 저비용,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 창출, 젊은 세대와의 소통과 공감, 인류 화합과 포용,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기여하는 올림픽 신규범을 추구한다. 이러한 신규범을 충족하는 올림픽은 세계시민의 발전과 평화에 기여할 좋은 기회다. 한국이 올림픽 개최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림픽은 그 자체로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 준비하기 나름이다. 지금부터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첫째, ‘우리 민족끼리’라는 닫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관점을 넘어 세계시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에 기여하는 국제적이고 이타적인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1894년 IOC 설립과 근대 올림픽 부활을 주도한 피에르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피즘(Olympism)의 초심과 같다.

둘째, 다양한 집단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국제스포츠 외교를 지원할 컨트롤타워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실패한 올림픽은 유치 과정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집단 갈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가 아닌 스포츠 중심적 접근을 해야 한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매개로 작동한다. IOC가 선수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 당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으로 세계를 제패한 지 100년이 되는 2036년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을 개회해 세계시민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