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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문화 부활? 유흥주점·생맥주집 카드 매출 지난해의 2~3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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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호프집·유흥주점 등 술집의 간판들이 다시 한국의 밤을 밝히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제됐던 회식·술자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런 추세가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포털 ‘The외식’에 따르면 올해 7월 ‘일반 유흥주점업’의 신용카드 매출액은 2105억원으로 지난해 7월(762억원)의 약 세 배로 늘었다. 술을 마시며 춤을 출 수 있는 ‘무도 유흥주점업’의 신용카드 매출도 같은 기간 174억원에서 641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식산업 종사자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 100을 밑돌면 악화)도 비슷한 흐름이다. 2분기 기준 일반 유흥업종과 무도 유흥업종의 경기동향지수는 각각 92.61·90.01로 지난해 2분기보다 50% 넘게 높아졌다.

생맥주 전문점과 기타 주점업도 회복 조짐이 뚜렷하다. 14일 서울 을지로 일명 ‘노가리 골목’의 주요 주점은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손님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오모(47)씨는 “오랜만에 친구들 여러 명이 모인데다, 이 시각은 택시 잡기도 힘들기 때문에 집에 늦게 갈 작정을 하고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생맥주 전문점의 지난 7월 신용카드 매출액은 950억원, 기타 주점업은 53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7.5%·77.9% 늘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정상출근으로 돌리고, 대학생들의 대면 수업이 늘어나는 등 사회 접촉이 확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이들 업종이 포함돼있는 ‘주점업’의 2분기 ‘서비스업 생산지수’(2015년=100, 불변지수 기준)는 85.2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 참았던 술자리가 갑자기 많아진 탓에 생긴 일시적인 ‘보복 음주’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처럼 3차·4차로 새벽까지 이어지던 회식과 밤 문화가 부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과 개인 생활이 균형을 이루자는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고, 기업도 퇴근 후 회식·모임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역설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과도한 음주를 기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혼술을 즐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이어 “대표적인 오프라인 상권인 주점업의 매출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4개 주요 주점업종의 올해 매출도 2020년·2021년과 견줘 증가했을 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되려 감소했다.

김영갑 교수는 “새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도 술집 창업은 기피하는 분위기”라며 “대신 이젠 취하러 가는 곳이 아닌,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가는 ‘취향 저격형’ 술집이 많아지는 등 주점업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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