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너마저...욕먹어도 '멀티밤 PPL' 못 끊는 이유 있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동그라미 역할을 맡은 배우 주현영이 PPL(간접광고) 제품인 가히 멀티밤을 사용하는 장면. 사진 ENA 캡처

한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간접광고(PPL) 가격이 공개됐다. 회당 1000만 원씩 여러 번 광고하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기도 하고, 작품 전체를 통틀어 PPL 대가로 수억 원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제32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 회의록에 엠넷 예능 ‘TMI NEWS SHOW’와 tvN 드라마 ‘별똥별’의 PPL 가격이 언급됐다. tvN과 엠넷 모두 CJ ENM 계열 채널이다.

방심위 회의록에 따르면, 엠넷 ‘TMI NEWS SHOW’는 LG전자의 이동형 TV ‘스탠바이미’를 4회에 걸쳐 PPL하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받았다. 회당 1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회당 제작비는 7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사이로 알려졌다.

tvN ‘별똥별’이 올리브영·센트룸을PPL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은 5억 원이다. 총 16회분인 이 드라마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이다.

PPL은 ‘몰입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짧은 분량을 할애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PPL 가격은 노출 시간과 출연진, 방송사 등에 따라 적게는 회당 700만 원에서 많게는 회당 3500만 원으로 책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주에게도 PPL은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과가 커 매력적인 선택이다. 드라마 속 PPL 상품으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상품, ‘가히’는 출시 1년 반 만에 1000만 개가 넘게 판매됐다.

특히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후 검색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우영우는 본래 PPL이 없기로 유명한 드라마였기에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커머스 전문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가히의 검색 수는 지난 8월 2일 1190회에서 방영 날인 다음날 3770회, 방영 이틀 후인 4일에는 1만 840회를 기록했다.

제작사와 광고주, 모두에게 ‘윈-윈’이지만, PPL은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노골적인 광고’로 분류돼 꾸준히 제재 대상이 돼 왔다. 이번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방심위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7조 2항 1호와 2호를 위반했다고 보고 ‘주의’ 조처를 내렸다. 주의 조치는 중징계 조치에 해당하는 ‘경고’의 바로 아래 단계다.

아울러 엠넷 ‘TMI NEWS SHOW’에 대해서는 LG ‘스탠바이미’의 특징을 설명하는 등 과도한 노출에 대해 ‘권고’ 조치를 의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