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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적이라 우승 못한다” 평가 이가영, 공격 대회서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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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사진 KLPGA

이가영. 사진 KLPGA

이가영(23)이 16일 전북 익산의 익산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가영은 자신의 98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가영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3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동료는 동갑내기인 최혜진과 임희정, 박현경, 유해란 등 쟁쟁한 선수들이다. 국가대표 동료들이 모두 몇 번씩 우승했는데 이가영만 우승이 없어 마음고생을 했다.

이가영은 올 시즌 2번 등 준우승을 4번 했다. 우승 경쟁은 훨씬 더 많다. 2019년 신인으로 시즌 최종전 등 우승 경쟁을 몇 차례 했지만 마무리는 못 했다. 지난해에는 5번 챔피언조에서 경기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올해도 KLPGA 챔피언십과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골프계에서는 이가영이 마음이 너무 착해서 끝내기를 잘 못 한다는 평가가 있다. 또 너무 안정적으로 경기해서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가영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경기해야 유리한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이다. 앨버트로스는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이다. 이가영은 최종라운드 버디 8개에 보기 1개로 15점을 얻었고 합계 49점으로 임진희를 5점 차로 눌렀다.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영국의 스테이블포드 박사가 고안한 골프 스코어 시스템이다. 아마추어들이 몇 개 홀에서 망가져도 포기하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보기나 더블보기의 감점이 크지 않아 실수에 대한 부담이 일반 대회보다 적다.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버디가 많이 나와 박진감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적어 짜릿한 재미가 덜 하다는 의견도 있다. PGA 투어에서는 버라쿠다 챔피언십 딱 한 경기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쓴다. 만약 이가영이 최종라운드 압박감 때문에 우승하지 못했다면, 스테이블포드 방식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이가영은 이날 버디 8개를 잡아냈다. 마지막 홀에서 뒤땅을 치면서 보기를 한 게 옥의 티였다. 이가영은 “뒤땅이 아니고 디벗에 들어가 있어 어려운 샷이었다”고 했다.

이가영은 올 시즌 후반 첫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에 걸려 고생했다. 몸무게가 8kg 빠졌고 3개 대회 컷탈락했으며 기권한 대회도 있다. 그 어려움을 겪고 나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신인왕 포인트 1위 이예원이 3위(41점), 고향인 익산팬들의 응원을 받은 박현경과 임희정은 39점으로 공동 4위다.

한편 일본 지바현 나라시노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조조 챔피언십에서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로 3년 8개월 만의 우승을 노렸던 리키 파울러는 한 타 차 2위에 머물렀다. 김주형은 6언더파 공동 25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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