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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졸속 개교 한전공대, 1기는 도서관 두어달 쓰고 졸업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월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제1회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제1회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으로 개교해 올 3월 첫 입학생을 받은 한전공대(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반년이 지나도록 학생들이 생활할 기숙사, 도서관 공사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전공대 캠퍼스 건설 사업은 ▶행정·강의 시설 ▶학생 주거(기숙사) 시설 ▶연구 시설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이 중 준공을 한 사업은 전무하다.

행정·강의 시설 공사는 크게 ▶행정·강의동Ⅰ, 옥외체육시설 ▶행정강의동Ⅱ, 데이터센터, 대운동장 등 둘로 나뉘어 진행됐다. 옥외체육시설이 포함된 행정·강의동Ⅰ은 지난 3월 2일 한전공대 개교 당시 캠퍼스에 세워졌던 4층짜리 건물로, 지난 2월 공사가 끝났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대운동장과 함께 조성될 행정강의동Ⅱ은 설계를 포함한 종합공정률이 41.5%에 머물러있다. 내년 12월에야 준공 예정이다.

기숙사 공사도 시작 단계에 머물러있다.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지어지는 기숙사 1개동(연면적 5728㎡)은 10월 기준 종합공정률이 46%밖에 되지 않았다. 연면적 8026㎡, 2만4879㎡의 나머지 기숙사 2개 동은 아직 공사 발주 단계다. 기숙사 공사가 끝나는 시점은 2024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연구 시설 조성 속도는 더 더디다. 연구 시설은 ▶연구동Ⅰ ▶연구동Ⅱ, 도서관, 학생회관 등 둘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모두 공사 발주 단계다. 준공 예정 시점도 연구동Ⅰ은 2024년 12월, 도서관과 학생회관 시설이 포함된 연구동Ⅱ는 2025년 10월이다. 예정대로 공사가 끝난다 해도 2026년 2월에 졸업할 1기 입학생은 제대로 된 학교 도서관을 두어달 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각종 시설이 미비한 관계로 한전공대는 연구 및 교육시설 용도 2곳, 사무실 용도 3곳, 기숙사 용도 1곳 등 총 6곳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에 따르면 이들 시설의 임대료로 지출하는 돈만 연 31억1700만원이다. 이중 절반 이상인 19억5000만원을 지출하는 부영주택 소유의 골프텔과 클럽하우스는 학생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다.

박 의원은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는 와중에 정치적인 이유로 밀어붙인 한전공대로 인해 국민들뿐만 아니라 애꿎은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인구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의 상황을 감안해 국립대 신설보다 기존 대학을 육성해야 했는데, 잘못된 정책 결정이 혈세만 낭비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공대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공정률 지연 없이 캠퍼스 조성이 진행되고 있으며, 도서관 등 시설도 작지만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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