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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린 퀴어 찬반 집회…장소 선정부터 행진까지 이어진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퀴어축제 참가자들이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 프라자에서 축제를 마치고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2018년 처음 열린 인천퀴어축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만에 다시 열렸다. 뉴스1

인천퀴어축제 참가자들이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 프라자에서 축제를 마치고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2018년 처음 열린 인천퀴어축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만에 다시 열렸다. 뉴스1

 지난 15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시 남동구 중앙공원 인근 도로에서 퀴어축제 참가자들과 보수성향 단체들 사이에 신경전이 재연됐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인천퀴어축제) 참가자들은 ‘무지개 인천 다시 광장에서’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2.7㎞ 구간 행진을 시작했고 반환점에 이르러 ‘동성애·차별금지법 NO’라는 피켓을 든 무리와 맞닥뜨렸다. ‘인천시민가족사랑축제’라는 이름으로 모인 기독교 및 보수시민단체 구성원이었다. 행렬 주위에 배치된 경찰들이 막아서 몸싸움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행진이 끝날 때까지 고성이 오갔다.

인천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옳은가치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5일 인천 중앙공원앞에서 퀴어축제 반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옳은가치시민연합

인천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옳은가치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5일 인천 중앙공원앞에서 퀴어축제 반대 피켓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옳은가치시민연합

 이날 중앙공원 남쪽 월드컵프라자엔 4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성 소수자 단체, 장애인인권단체 등이 차린 부스를 방문하거나 공연을 관람했다. 북쪽으로 약1.3㎞ 떨어진 중앙공원 하트분수지구엔 800명(경찰 추산)이 모여 예배를 진행하면서 집회 차량을 섭외해 동성애를 비난하는 내용의 영상을 틀었다.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 한편에선 인천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피켓을 들었다. 심석용 기자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 한편에선 인천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피켓을 들었다. 심석용 기자

 인천퀴어축제는 장소 허용 단계부터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21일 인천퀴어축제 조직위는 10월 15일 중앙공원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데 이어 공원 사용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관리 주체인 인천대공원사업소는▶불허 결정은 행정청의 재량범위인 점 ▶공원녹지법상 심한 소음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점 등을 들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한 기독교 단체는 지난달 23일 인천대공원사업소에 인천퀴어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취지의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주변 지역 소음 피해와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인천퀴어축제 조직위는 인천대공원사업소의 결정이 “평등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에 진정을 냈다.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지난 14일 “인천대공원사업소가 “공원 사용을 불허한 것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인권보호관회의는 결정문에 “공원녹지법은 도시공원 이용자가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일 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 여부를 판단할 직접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타인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을 제한하고 있을 뿐, 이를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근거 삼아 공원 사용 불허가를 결정할 수 없다”라고 적었다. 이어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인권보호관회의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다.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심석용 기자

15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일대에서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맞아 거리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심석용 기자

 인천대공원사업소는 공원사용을 불허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했다. 공원녹지법은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한다. 인천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인천퀴어축제와 인천시민가족사랑축제 모두 중앙공원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관련 법률을 검토해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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