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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사원이 공익신고자 노출…그후 경인사연 뒤끝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가 내부 비위 의혹을 감사원에 제보한 직원에게 2년 가까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공익신고 사실을 경인사연 측에 전달하면서 해당 직원의 정보를 노출했고, 이후 그 직원은 원치 않던 직무 재배치와 승진 누락 등을 겪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위치한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모습. 사진 경인사연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위치한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모습. 사진 경인사연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인사연 직원 A씨는 지난 2019년 경인사연이 발주한 용역 업무 입찰에서 특정 업체에 계약금을 수천만원 올려주면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감사원에 공익신고했다. 제보 이후 1년 뒤 A씨는 상사로부터 ‘감사원에 신고했냐’는 이야기를 들었고, 업무 중 우연히 자신의 제보 접수 번호가 적힌 감사원 공문을 발견했다. 이 번호가 있으면 제보자의 이름과 신고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A씨는 공익신고 사실이 기관에 알려진 뒤부터 그에 대한 인사 불이익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우선 A씨의 자리부터 소속 부서원과 떨어진 구석으로 배치했다. A씨는 “추운 겨울철 부서원들이 외투를 넣고 뺄 때마다 비켜줘야 하는 위치였다”며 “스스로 퇴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입사 때 채용됐던 분야와 무관한 기관 홍보 업무로 재배치되기도 했다. A씨는 입사 당시 직무와 관련해 10년 이상의 경력과 박사과정까지 거친 전문가였다.

A씨는 승진에서도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홍일표 경인사연 사무총장(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 뒤 이뤄진 내부 승진심사에서 승진 대상자 전원이 합격했는데, 지난 8월 A씨가 승진 대상으로 오르자 A씨와 다른 한명이 탈락했다. 경인사연은 정기 인사 때마다 승진심사 대상자와 심사 합격자를 발표한다. 최종 인사 결정은 문재인 정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정해구 이사장이 내린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경인사연 측에 ‘A씨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인사연 내부 규정에도 ‘승진이나 전직 등의 인사조치를 할 때 부패행위 신고를 한 임직원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경인사연은 A씨의 공익신고 이후 용역 수의계약 방식을 경쟁 입찰로 바꿔 진행 중이다. 경인사연은 A씨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인사연 관계자는 “공익신고된 내용은 감사원 처분 없이 종결됐다”며 “공익신고자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엄격하게 신분을 보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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