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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당 지역위원장 제명 옳았나...법원, 여성 12명에게 묻다 [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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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봉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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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당의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A씨는 지난 2020년 해당 시·도당 당기위원회(당 징계위원회)로부터 제명 결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B씨가 당에 징계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제명 결정에 불복해 당 중앙당기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고, A씨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제명 처분이 무효라며 중앙당기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겁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당기위원회의 손을 들어줬고, A씨는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8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습니다. 그리고 배심조정 방식을 택했습니다. 배심조정은 민사조정절차와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접목한 것인데요. 재판부가 선임한 조정위원들이 배심원 역할을 맡아 평의를 한 뒤 조정안을 도출하는 방식입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가 확립한 ‘합리적 피해자 기준’에 따라 조정위원들을 선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희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이고 같은 성별을 가진 여성 조정위원을 뽑았습니다. 12명의 조정위원들은 지난달 28일 조정기일을 갖고 평의에 참여했습니다.

쟁점은 A씨의 행동이 정의당 당규에서 규정한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제명이라는 징계가 정당한지였습니다.

컷 법원

컷 법원

지난 2019년 술자리를 가진 A씨와 B씨 사이에는 성적 접촉이 있었습니다. A씨는 B씨의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B씨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표면적인 동의가 두 차례 있었을 뿐 꾸준히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당사자로부터 그 날의 기억을 들은 여성 12명의 배심조정위원들은 B씨의 '동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B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는지 등을 고민했습니다.

12명의 배심조정위원들은 A씨의 행동이 당규에 따라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도 판단했습니다. 해당 당의 당규는 ‘성폭력’의 개념을 비교적 넓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은 '사이버 환경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범죄 행위의 구성 여부와 관계없이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 환경적 폭력을 통하여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대상화하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됩니다.

12명의 조정위원들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2시간에 걸친 사건 설명을 들은 뒤 1시간 가량 토론을 한 결과는 양쪽으로 팽팽하게 나뉘었습니다. 의견이 모아지지 못한 겁니다.

배심조정위원의 평의 결과를 들은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조정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A씨가 정의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면, 정의당이 제명 처분을 취소하고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으로 징계를 낮추라는 겁니다.

재판부의 조정안을 받아든 양측은 고민 끝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과 A씨 모두 11일에 조정안에 이의를 신청한 건데요. 조정이 결렬되면서 양측은 정식 재판을 통해 법적 다툼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번 조정 절차를 통해 미혼 여성 12명의 의견을 꼼꼼히 들어본 재판부, 다시 심리에 나선 뒤에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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