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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 인구 변화 못따라가…선박 수주해도 일할 사람 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리셋코리아 인구분과장)는 2016년 『정해진 미래』라는 저서에서 인구 위기의 미래를 경고했다. 조 교수는 작고 안정적인 나라를, 작아지는 사회에 맞는 체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정해진 미래사회에 연착륙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였다. 제대로 가고 있을까.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김경빈 기자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 김경빈 기자

-제대로 연착륙하고 있나.

"20년 동안 '저출산 극복' 프레임이 달라지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연착륙으로 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미 늦었다."

-서울 초등교사 임용인원을 10분의 1로 줄였다.
"예고해 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갑자기 줄이면 누군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자원이 많은 계층은 충격이 덜하다. 그러나 서민은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심해진다. 안 되면 시골의 교사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이미 천천히 줄여왔어야 한다."

-초등교사만 그런가.
"대학도 마찬가지다. 공립대들이 정년퇴직 빈자리를 채우려 교수를 또 뽑는다. 말이 안 된다."

-병력 자원 대응책으로 모병제가 나오는데.
"아들이 두세 명이면 몰라도 한 명이면 직업군인을 시키려 하겠느냐. 세대가 변했다. 지금은 청년이 구직난을 겪지만 고교 2년생이 노동시장에 들어갈 때는 구인난이 생길 것이다. 누가 군인이 되려 하겠느냐. 모병제는 불가능한 제도이다. 미래 병력 수급계획, 자동화나 민간 유입 증대 등의 노력이 안 보인다."

-산업현장에서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너무너무 중요한 분야다. 조선업계가 수주를 많이 하면 사람이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용접공을 못 구한다. 그동안 우리가 청년을 용접공으로 키우지 않았다. 정보기술(IT)·서비스업에서, 또는 화이트 칼라로 일하게 키웠다. 후속 세대는 더욱 그럴 거다."

-외국인 근로자를 불러오면 되나.
"지금처럼 선박건조 위주의 조선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설계 중심으로 가야 한다. 제조업로 먹고 사는 건 미래형 방식이 아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산업 구조를 바꾸자는 얘기를 안 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 중앙포토.

조영태 서울대 교수. 중앙포토.

-이민청이 필요한가.
"필요없지는 않지만 인력 미스매치(불일치) 문제 해결이 먼저다. 키워놓은 인재에 맞춰 산업을 바꿔야 한다."

-인구가 주는데 공무원이 늘어난다.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예측하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늘렸는데, 한 번 늘리면 30년 간다. 30년 후의 인력 수급을 먼저 따져야 한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무조건 늘리면 안 된다."

-주택 정책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적응 전략이 안 보인다. 전체 가구 수, 1인 가구냐, 2인이냐를 따져 주택정책이 나와야 한다. LH가 과연 이런 걸 고려할까. 아마도 공급에만 집중할 것이다. 기존 주택의 정비나 재배치 등을 생각하지도 않는 듯하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부처·정당·정부(정권)을 뛰어넘는 3초(超)의 인구 정책이 나와야 한다. 윤석열 정부냐 문재인 정부냐의 문제가 아니다. 5년마다 일희일비할 일이 절대 아니다. 3초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거버넌스, 즉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대통령실이든 총리실이든 어딘가에서 차고앉아야 한다. 안 그러면 가장 안전한 시나리오대로 간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하는데 피한다. "

조 교수는 현 정부가 공개한 복지부 산하 인구양성평등본부(차관급)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다른 주문을 했다. 그는 "인구정책기본법을 만들어 현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정책위원회로 바꾸거나 복지부를 인구부총리로 격상해야 초(超) 부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 인구양성평등본부는 상시 실무조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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