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강달러·고금리 후폭풍에 올해 들어 순이익은 크게 줄고 부채와 이자 비용이 치솟으면서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수출기업 부채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상장 수출기업 수는 412개다. 1년 전 509개와 비교해 19.1%(97개)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상장기업 수가 2420개에서 2398개로 0.9%(22개) ‘찔끔’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지난 1년 사이 수출 실적이 줄어 전체 매출의 절반에 못 미쳤거나 증시에서 퇴출된 곳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수출기업 벌이는 올해 크게 나빠졌다. 수출기업 한 곳당 평균 당기순이익은 올 상반기 235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억5000만원)과 견줘 40억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평균 매출액은 4065억6000만원에서 4279억9000만원으로 200억원 넘게 늘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낮은 원화가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다.
원화 값 하락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건 옛말이다. 달러로 환산한 국산 제품 가격이 내려가긴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 큰 차이가 없다. 달러를 제외한 다른 나라 통화가치도 일제히 내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자재 수입 가격만 올라가는 등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여기에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며 기업 부담을 키웠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수출기업 부채는 평균 5107억7000만원으로 1년 전 4720억8000만원 대비 386억9000만원 증가했다. 최근 1년간 평균 400억원 가까이 빚이 늘었다. 이자 비용도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기업은 월 평균 5억8000만원을 이자를 내는 데 썼다. 전년 5억7000만원 대비 1000만원 증가했다.
특히 수출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이자보상배율 1 미만) 사정이 어려운 곳은 올 상반기 기준 136곳에 달했다. 전체 수출기업의 33%에 이르는 비중이다.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수출기업이 오히려 부실 ‘진앙’이 될 처지다.
한병도 의원은 “한은의 빅스텝과 여전히 불안한 외환시장을 고려했을 때 올 4분기 수출기업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경제 당국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