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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고금리 후폭풍에…수출기업 한곳당 순이익 40억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강달러ㆍ고금리 후폭풍에 올해 들어 순이익은 크게 줄고 부채와 이자 비용은 치솟으면서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수출 기업 부채 현황’ 내용이다.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기준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상장 수출기업 수는 412개로 1년 전 509개와 비교해 19.1%(97개) 감소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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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전체 상장기업 수가 2420개에서 2398개로 0.9%(22개) ‘찔끔’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지난 1년 사이 수출 실적이 줄어 전체 매출의 절반에 못 미쳤거나 증시에서 퇴출된 곳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수출기업 벌이는 올 들어 크게 나빠졌다. 수출기업 한 곳당 평균 당기순이익은 올 상반기 235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5억5000만원)과 견줘 40억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평균 매출액은 4065억6000만원에서 4279억9000만원으로 200억원 넘게 늘었지만 ‘속 빈 강정’이었다. 원자재가 상승, 낮은 원화가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다.

원화 값 하락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건 옛말이다. 달러로 환산한 국산 제품 가격이 내려가긴 하지만 가격 경쟁력에 큰 차이가 없다. 달러를 제외한 다른 나라 통화가치도 일제히 내렸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자재 수입 가격만 올라가는 등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여기에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며 기업 부담을 키웠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진한 실적 탓에 수출기업이 지고 있는 빚은 늘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수출기업 부채는 평균 5107억7000만원으로 1년 전 4720억8000만원 대비 386억9000만원 증가했다. 최근 1년간 평균 400억원 가까이 빚이 늘만큼 기업 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치솟는 금리와 맞물러 이자 비용도 늘었다. 올 상반기 수출기업은 월 평균 5억8000만원을 이자를 내는 데 썼다. 전년 5억7000만원 대비 1000만원 증가했다.

특히 수출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만큼(이자보상배율 1 미만) 사정이 어려운 곳은 올 상반기 기준 136곳에 달했다. 전체 수출기업의 33%에 이르는 비중이다. 이들 기업 한 곳당 평균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256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344억9000만원으로 최근 1년 사이 2배 넘게 불었다. 많은 수출기업이 빚을 내 빚을 갚는 좀비기업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수출기업이 오히려 부실 ‘진앙’이 될 처지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시장 금리 상승, 원화가치 추가 하락,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튼 원자재 가격 등 수출기업 앞에 악재만 가득하다.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2.9%에서 2.7%로 내려 잡는 등 경기 한파가 더 심해질 것을 예고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병도 의원은 “한은의 빅스텝과 여전히 불안한 외환시장을 고려했을 때 올 4분기 수출기업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국내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제 당국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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