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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연장은 ‘강한 중국’과 ‘강한 반발’ 함께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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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16일 개막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오는 16일 개막한다. 중국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뽑힌 2296명의 대표가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 개정과 중국 공산당을 이끌 약 370여 명의 중앙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작업에 나선다. 당 대회는 미래 5년 중국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인사를 알린다는 점에서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킨다. 크게 네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인사(人事)다. 핵심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3연임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퇴진 여부다. 두 사람은 2007년 17차 당 대회에서 나란히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했다. 시진핑의 3연임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대안 인사가 부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리커창은 총리 재임 10년을 채웠기 때문에 헌법 규정상 3연임은 불가능하다. 총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데,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완전히 은퇴할 것인가는 여전히 물음표다.

‘시진핑 사상’의 당헌 명기 주목
장기집권 위한 사상적 기반 제공
중국은 국제적 지위 향상에 방점
한국의 전략공간 넓힐 기회 될듯

리커창 총리는 어디로 옮길까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20차 당 대회에 선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중국 국경절 행사에서 리커창 총리(왼쪽)와 건배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 [연합뉴스]

오는 16일 개막하는 중국 20차 당 대회에 선 시진핑의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중국 국경절 행사에서 리커창 총리(왼쪽)와 건배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 [연합뉴스]

시진핑은 연임하고 리커창은 물러난다는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리펑(李鵬)이 총리 10년 재임 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례를 리커창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리 모두 권력을 연장하는 모습이 과연 ‘신시대’를 강조하는 시대 분위기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당장의 수정 여부다. 현시대를 이끄는 핵심 사상으로 중국이 내세우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과연 ‘시진핑 사상’으로 축약돼 당장에 명기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름 석 자를 붙여서 지도이념을 확립하는 움직임은 ‘마오쩌둥 사상’ 이후 처음이다.

중국 공산당은 1945년 열린 7차 당 대회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전체 당의 지도사상으로 확립하고 당장에 적시했다. 이는 76년 마오가 사망할 때까지 그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사상적 기반이었다.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들어간다면 이 역시 중국이 선전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에 부합하는 동시에 시진핑 장기집권의 사상적 기반이 될 것이다.

세 번째 눈여겨봐야 할 건 향후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35년 장기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가을 ‘역사결의(歷史決意)’를 통해 21세기 중엽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을 천명했다. 바로 이런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과 조치로서 향후 5년의 함축적인 ‘워딩(wording)’이 이번 당 대회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시진핑 정부는 집권 1기의 5년 동안 ‘반부패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정적을 제거하는 동시에 집권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집중했다. 그리고 집권 2기 5년간은 격차 해소를 위한 차원에서 ‘소강(小康)사회’ 건설에 매진했고,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선 ‘소강사회 건설’의 완성을 선언했다.

‘소강사회’ 뒤를 이을 ‘공동부유’

소강사회 건설은 성장과 발전에서 격차 문제 심화로 당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는 시점에서 시진핑 정부가 이를 극복하고 ‘신시대’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이제 시진핑 정부의 권력 연장 시기를 맞아 집권 1기의 ‘반부패 투쟁’, 2기의 ‘소강사회 건설’에 이어 앞으로 5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의 청사진이 구체적인 워딩으로 이번 당 대회에서 드러날 것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가 확실하게 시진핑 3기의 국정 어젠다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지막 포인트는 시진핑이 직접 발표할 ‘정치 보고’ 가운데 외교 관련 언급이다. 이는 중국의 향후 5년 대외관계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된다. 시진핑은 집권 1기 때는 종합 국력의 상승과 함께 ‘신형대국관계’ 건설을 주요 외교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2017년의 2기 출범 때는 ‘신형국제관계’로 방향을 수정했다. 중국이 국제관계의 중요 행위자로 등장해 미국과 새롭게 세계 질서를 논의하려는 차원이었다.

현재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 심화, 국내 코로나 확산 지속, 경제성장 둔화 등 여러 국내외 난제에 직면해 있다. 내외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진핑은 집권 3기를 맞아 기존 대외관계와 다른 그림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그 중심엔 미국 등 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심이 되겠지만, 주변국 관계와 개발도상국 관계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압력에 직면한 중국이 대외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이 같은 당 대회 관전 포인트와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세계의 반응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시진핑의 집권 연장은 강력한 힘을 가진 중국의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외관계로 나타날 것이고,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이를 도전으로 간주해 반발하며 중국을 더 강력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제질서는 더욱 복잡하고 불확실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파트너십 지위도 격상되나

중국을 둘러싼 인권 문제와 민주주의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은 언제든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수단이자 전장(戰場)이 될 것이며, 이에 따른 갈등과 대립은 경제 위기가 고조되면서 한층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분명한 건 강력한 중국의 등장은 반드시 강력한 ‘반제(反制, 반격해 상대를 제압)’ 움직임을 부른다는 것이다.

중국에 한국은 이미 매우 중요한 주변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전략적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 3기 관련해 중국이 국제 의무 국가로 위상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 공간이 나타날 것이다. 중국도 글로벌 어젠다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의 파트너십 지위는 지속해서 격상될 전망이다. 중국의 국제적 지위 향상 기도가 우리에겐 전략 공간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을 우리 사고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맷집을 키워야 하는 시기가 바로 당 대회인 것이다.

군 지휘부 세대교체, 대만해협 파고 높아질 듯

시진핑 3기 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누가 승선하느냐 여부는 중국의 향후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가령 류허(劉鶴) 부총리가 유임하거나 승진하면 대미 관계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이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해 대외경제정책을 총괄할 경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이른바 일대일로 연선 국가에 대한 관계 강화가 강조될 것이다. 2023년은 일대일로 제창 10주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편, 군 인사와 관련해 쉬치량(許其亮)·장유샤(張又俠) 등 군사위원회 부주석들이 은퇴하고 그 자리가 린샹양(林向陽) 동부전구 사령관 등 젊은 간부들에 의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경우 중국이 대만을 중시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자칫 대만 해협의 파고가 높아질 수 있다.

이른바 60년대 출생자인 ‘60후(後)’를 중시하는 인사 패턴과 함께 70년대생인 ‘70후’들이 대규모 중앙위원회에 진입하게 되면 중국 정치는 세대교체를 통한 세대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70후’ 108명 정도가 성부급 부직(省部級副職)에 진입해 당 중앙 조직부의 직접 관리를 받는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5년 후 파격 발탁의 혜택을 받는다면 ‘70후’ 가운데 차기 최고 지도자가 나올 수도 있다.

성부급 부직은 아니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胡海峰) 저장성 리수이(麗水)시 서기도 이번에 처음으로 당 대회 대표에 선출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후광 여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15년 만에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선임한 지난 2017년 제19차 당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20차 당 대회에서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선임할 것인지도 당 대회 인사와 관련한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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