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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생계비 위기” 내년 물가 세계 6.5% 한국 3.8%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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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폭풍우(storm clouds)가 몰려오고 있다.”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첫머리를 장식한 문장이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 때와 비교해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문제는 내년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 경제성장률(-0.7%)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내년 성장률 기준으로 IMF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 한국은행(2.1%)보다 암울한 전망을 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2.0%에도 못 미치는 1.9%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흐름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2%, 2.7%로 각각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7월 전망했을 때와 같지만 내년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발생 때를 빼고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앞에 닥친 위험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경기 둔화, ▶확산하고 있는 고물가 위기다.

IMF는 “세계 경제는 수십 년래 최악의 고물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미국의 달러 강세가 각국의 물가 압력을 가중하면서 생계비 위기(the cost-of-living crisis)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8.8%, 6.5%로 제시했다. 이전 전망과 비교해 각각 0.5%포인트, 0.8%포인트 올렸다. 2년간 전 세계가 다 합쳐 15%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를 겪게 될 것이란 예고다.

한국도 폭풍 한가운데 있다. IMF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5%, 내년 3.8%로 수정 전망했는데, 석 달 전 전망 때보다 1.5%포인트, 1.3%포인트 올려 잡았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IMF는 독일(0.8→-0.3%), 프랑스(1.0→0.7%), 일본(1.7→1.6%), 영국(0.5→0.3%), 중국(4.6→4.4%) 등 주요국의 내년 성장률 예측치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은 1%로 유지했지만 대신 올해 수치를 2.3%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물가 발(發) 위기인 만큼 금리 인상 같은 고통스러운 처방이 따를 수밖에 없다. IMF는 “고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통화·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경기 둔화, 실업 증가 등 우려 때문에 긴축 고삐를 늦췄다간 정책 신뢰성 훼손,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고물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각국이 강력하고 일관된 긴축 통화정책을 추진하되 취약층 선별 지원, 재정 적자 축소, 중기 재정 건전성 확보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기적으로는 금융회사 부실, 집값 조정 위험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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