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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생계비 위기의 시대” 한국 내년 성장률 2.1→2% 하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풍우(storm clouds)가 몰려오고 있다.”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첫머리를 장식한 문장이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지난 7월 전망 때와 비교해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문제는 내년이다. IMF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위기가 터졌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회의 현장.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회의 현장. AP=연합뉴스

내년 성장률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나 한국은행(2.1%)보다 암울한 전망이다. IMF는 내년 한국이 2% ‘턱걸이’로 성장하겠다고 봤는데 이마저도 위태롭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그에 못 미치는 1.9%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흐름도 비슷하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2%, 2.7%로 각각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7월 전망했을 때와 같지만 내년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내년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때를 빼고는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라고 IMF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앞에 닥친 위험 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경기 둔화 그리고 확산하고 있는 고물가 위기다.

IMF는 “세계 경제는 수십 년래 최악의 고물가를 경험하는 중”이라며 “미국의 달러 강세가 각국의 물가 압력을 더 가중시키면서 생계비 위기(the cost-of-living crisis)를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와 내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IMF는 8.8%, 6.5%로 제시했다. 이전 전망과 비교해 0.5%포인트, 0.8%포인트 각각 높였다. 2년 합쳐 15%가 넘는 ‘살인 물가’에 전 세계가 시달리겠다는 예고다. 한국도 폭풍 한가운데 있다. IMF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5%, 내년 3.8%로 수정 전망했는데, 석 달 전보다 1.5%포인트, 1.3%포인트 올려 잡았다.

코로나19 위기가 촉발한 과잉 유동성, 공급망 교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고물가 파도에 휩쓸리는 중이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IMF는 독일(0.8→-0.3%), 프랑스(1→0.7%), 일본(1.7→1.6%), 영국(0.5→0.3%), 중국(4.6→4.4%) 등 주요국의 내년 성장률 예측치를 줄줄이 내려 잡았다.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은 1%로 유지했지만 대신 올해 수치를 2.3%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회의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회의가 열렸다. AP=연합뉴스

물가발(發) 위기인 만큼 금리 인상 같은 고통스러운 처방이 따를 수밖에 없다. IMF는 “고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통화ㆍ재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경기 둔화, 실업 증가 등 우려 때문에 긴축 고삐를 늦췄다간 정책 신뢰성 훼손,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고물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각국이 강력하고 일관된 긴축 통화정책을 추진하되 ▶취약층 선별 지원 ▶재정 적자 축소 ▶중기 재정 건전성 확보 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기적으로는 금융회사 부실, 집값 조정 위험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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