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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윤미향·김원웅 덕? 與 ‘친일 국방’ 논란 내심 반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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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친일 국방’ 공세를 두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고전 중인 가운데 당내에서는 “약발 떨어진 야당의 친일 공세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10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친일 국방' 논란을 계기로 대대적인 역공을 펴고 있다. 장진영 기자

10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친일 국방' 논란을 계기로 대대적인 역공을 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안보를 망치는 망언”이라며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 대표가 무례하고 무책임한 반일 프레임으로 정치 장사를 하고 있다”며 “안보에 대한 자해 행위는 대역죄”라고 거들었다. 윤 대통령에게 연일 대립각을 세우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국민을 속이고 편 가르기나 하는 이 대표의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도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관련 논란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며 “현명한 국민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띄운 '친일 국방' 논란에 대해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 될 수 있겠나"라며 "현명한 국민께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띄운 '친일 국방' 논란에 대해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 될 수 있겠나"라며 "현명한 국민께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권은 이번 친일 공방을 해볼 만 한 싸움이라고 보고 내심 반기고 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논란은 중도층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안보와 북한 문제가 결부돼 있어 절대 불리하지 않은 이슈”라고 말했다.

이번 친일 논란이 코너에 몰린 여권이 절실하게 바라던 ‘프레임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근 여당에서는 물가 상승 등 민생 문제를 단기간에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여기에 대통령 순방 논란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지자 “민주당에 유리한 외교 논쟁에서 벗어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시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한·미·일 합동훈련을 비판하며 ‘친일 국방’ 논란을 꺼내 들자 여권은 기다렸다는 듯 총반격에 나섰다. 여기에는 과거 여야 다툼에서 빈번히 등장한 ‘친일 프레임’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퍼진 포스터. 당시 민주당 일부 후보들은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퍼진 포스터. 당시 민주당 일부 후보들은 '이번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일 프레임은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민주당이 여야 대치 국면에서 자주 활용한 공세 카드였다. 한·일 관련 현안이 터졌을 때 반일 감정을 자극하거나, 국민의힘이나 소속 인사들을 ‘친일파’라고 몰아가는 전략을 주로 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논란이 됐을 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0년 총선 때는 민주당이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라며 친일 공세를 전면에 내세웠고, 180석을 얻어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후 친일 프레임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2020년 5월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논란이 터졌을 때가 그랬다. 당시 민주당 의원과 당선인 등 16명이 “친일 세력이 역사 진실 바로 세우기 운동을 폄하한다”고 엄호 성명을 내고, “친일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 감추기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이수진 의원)고 반격하며 여론 반전을 노렸지만 외려 역풍을 맞았다.

그해 8월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고,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주장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친일파 파묘법’을 공론화시키며 친일 논란에 불을 지피려고 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논란을 ‘이재명 리스크’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린다거나, 한·미·일 훈련에 친일 딱지를 붙이는 이 대표의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면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라며 “본인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로부터 대중의 눈을 가리기 위한 자충수라는 점을 앞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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