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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부생가스의 변신…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태국의 코 사멧 섬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세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의 코 사멧 섬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세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플라스틱 수프(soup)’.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 덩어리가 마치 죽처럼 덩어리질 정도로 심각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배달음식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마이크로 단위로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의 경우, 생수나 어류 속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심각하다. 대안은  일명 ‘썩는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공해 물질을 적게 배출하거나 자연에서 잘 분해된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ㆍ스페인 공동연구팀이 제철소 부생가스 발효산물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재탄생시켰다. 포항공대는 정규열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스페인 농업유전체학연구소의 공동연구로 대장균에서 인공효소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또 대장균과 제철소 부생가스 발효산물인 아세트산을 결합해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이타콘산’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 우수성을 인정받아 저널 편집자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논문(Editors’ Highlights)으로 소개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부생가스 방산에 따른 불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부생가스 방산에 따른 불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타콘산은 다양한 플라스틱뿐 아니라 화장품, 향균제의 원료로 쓰인다.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300억 원에 이를 만큼 시장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복잡한 공정의 한계와 높은 생산 비용 때문에 그간 생산과 활용이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대장균과 같은 산업용 미생물로 이타콘산을 생산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장균은 값싼 원료를 활용할 수 있고 배양이 쉽지만, 막성 세포소기관이 없어 이타콘산을 생산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원료나 공정이 필요했다.

정규열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합성생물학 기술로 인공효소를 개발, 막성 세포소기관이 없는 대장균에서 대장균 성장에 필요한 추가적인 원료 공급 없이 이타콘산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 결과, 해당 대장균 내에서 만들어지는 신규 효소가 아세트산에서부터 이타콘산을 합성하는 효율성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값싸고 다양한 원료로 이타콘산을 손쉽게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세울 수 있다.

정규열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제철소 부생가스 발효산물을 비롯해, 해조류,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같은 농수산 부산물인 아세트산을 비롯한 여러 부산물로 이타콘산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 원천 기술로 평가받는다”며“석유 화학 물질의 원료를 이타콘산으로 대체함으로써 탄소 중립 사회에 기여하고, 이타콘산 시장 규모를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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