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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R, 연말에 고속철 살 때 차량·정비 일괄계약 첫 추진

중앙일보

입력

SR이 올 연말 신규 고속열차 입찰에 나선다. 사진 SR

SR이 올 연말 신규 고속열차 입찰에 나선다. 사진 SR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SR이 올 연말에 신규 고속열차를 구매할 때 차량뿐 아니라 정비까지 한꺼번에 계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코레일에 차량 정비를 위탁했던 것과 달리 비용 및 시간 절감 등을 위해 열차제작사에 수리까지 다 맡기겠다는 계획으로 국내 고속열차 입찰에선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다.

 11일 SR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신규차량 구매·정비 일괄계약 추진안'에 따르면 SR은 연말에 고속열차 14편성(112량, 8량 1편성)을 국제입찰로 구매할 계획이다. 이때 열차 정비도 함께 계약한다는 방침이다.

 열차는 동력집중식인 KTX나 KTX-산천과 달리 동력분산식인 EMU-320으로 도입한다. 열차는 계약 이후 2027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납품받게 된다.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비교. 자료 현대로템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 비교. 자료 현대로템

 예산은 차량 구입비 5375억과 차량 정비비용 4500억원 등 모두 9875억원이다. 차량 정비는 매년 300억원씩 15년 동안 계약할 예정이다. 현재 SR이 운영하는 32편성(22편성은 코레일에서 임대)은 코레일에서 정비를 맡고 있다.

 SR이 이처럼 차량·정비 일괄계약을 추진하는 건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에 포함된 '차량 정비의 품질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차량제작사가 일괄로 정비에 참여하는 계약방식 도입 검토'라는 내용에 근거해서다.

 국토부는 앞서 1월 초 발생한 KTX 차륜 파손 사건과 관련해 3월 발표한 '고속열차 안전관리 및 신속대응 방안'에서도 "제작사의 정비 참여를 확대해 제작과 정비 간 기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정비주체가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SR은 열차제작사에 정비를 맡길 경우 정비 비용은 현재보다 약 30%가 절감되고 정비에 소요되는 기간도 경정비는 25~30%, 부품 중정비는 10~40%가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공기 압축기를 교체할 때 현재는 평균 27.6시간이 걸리지만 열차제작사에 직접 하면 20시간으로 7.6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SR 사정에 밝은 철도업계 관계자는 "SR 내부적으론 코레일에 지불하는 정비위탁료가 비싼 데다 정비 기간도 길어 열차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2019년의 경우 SR은 운송매출 6451억원 중 위수탁비로 1471억원(22.8%)을 코레일에 지급했다.

이종국 SR 대표가 7월 초 대전조차장역 인근 탈선 사고로 피해를 입은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이종국 SR 대표가 7월 초 대전조차장역 인근 탈선 사고로 피해를 입은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선 열차제작사가 철도차량 납품과 정비기술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으로 정비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SR에 따르면 여객열차제작사의 세계 정비시장 점유율은 2013년 25%에서 2019년에는 40%로 15%p나 증가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SR의 일괄계약 추진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철도차량 정비는 20년간의 고속차량 유지보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진단 및 분석에 의한 전체 수명관리와 전문관리를 위해서 지금처럼 코레일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R 측은 기존에 운영해 온 32편성과 달리 신규 도입하는 11편성의 정비 방안은 전적으로 SR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대식 의원은 “SR의 차량 구매와 정비 일괄계약 방식은 철도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철도운송산업의 안전강화와 경영혁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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