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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김주형 또 우승, 우즈 이후 26년 만에 21세 이전 2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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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샷하는 김주형. AFP=연합뉴스

티샷하는 김주형. AFP=연합뉴스

김주형(20)이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벌어진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24언더파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매슈 네스미스(미국)를 3타 차로 제쳤다.

첫 우승은 첫 홀 쿼드러플 보기로 시작해 우승 #두번째는 48년간 3번 뿐인 72홀 노보기 우승

김주형은 지난 8월 2021~2022시즌 정규 경기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특별 임시 회원으로 우승하더니 2개월 만에 다시 우승했다. 임시 회원도 회원으로 친다면, 김주형은 회원으로 4경기에 출전해 2승을 거뒀다.

비회원 출전까지 포함하면 PGA 투어에 모두 18경기에 나가 2승을 했다. 타이거 우즈는 첫 20경기에서 2승을 했다. 김주형이 2경기 빠르다.

김주형은 또한 1996년 우즈 이후 26년 만에 나온 만 21세 이전 2승 선수다. 우즈는 20세 9개월에 2승을 달성했다. 20세 3개월인 김주형이 6개월 빠르다.

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톰 김이다. TW(타이거 우즈) 신드롬 26년 만에 TK(톰 김)가 뜨고 있다. 지난 8월 첫 우승 후 김주형은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 골프계 일각에서는 김주형이 세계 랭킹 1위가 될 자질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주형의 두 우승은 모두 드라마틱하다. 첫 우승한 윈덤 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은 첫 홀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 5타 차로 우승했다. 첫 홀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 우승한 선수는 지난 40년 동안 PGA 투어에 없었다. 2003년 이후 PGA 투어에서 첫 홀 쿼드러플 보기 후 언더파를 친 선수는 3명뿐이다. 만약 1라운드 첫 홀을 뺄 수 있다면 김주형은 9타 차 우승이다. 김주형은 그만큼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첫 우승도 희귀하지만 이번 우승도 만만치 않다. 김주형은 4라운드 72홀 내내 한 번도 보기를 하지 않았다. 점수를 줄이려 공격적으로 경기하면서도 보기를 하지 않는 건 매우 어렵다. 2019년 J.T. 포스턴이 윈덤 챔피언십에서 노보기 우승을 했는데, 이는 45년 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이전 노보기 우승은 1974년 리 트레비노였다. 2021년 호아킨 니만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노보기 우승을 했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트레비노 이전 72홀 노보기 우승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00년 동안 네 번 밖에 나오지 않은 PGA 투어 노보기 우승을 김주형이 했다.

김주형은 19언더파로 캔틀레이와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김주형은 전반 2타차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세계 랭킹 4위에 ‘얼음’이라는 별명을 가진 캔틀레이는 만만치 않았다. 이 대회에서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을 했다. 이 코스에서 유달리 강한 선수이기도 하다.

한 조에서 경기한 임성재(왼쪽)와 김성현. AFP=연합뉴스

한 조에서 경기한 임성재(왼쪽)와 김성현. AFP=연합뉴스

캔틀레이는 12번 홀에서 김주형을 따라잡았다. 김주형이 13, 14번 홀 버디로 도망갔지만 캔틀레이가 15, 16번 홀 버디로 다시 쫓아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경기하던 차가운 얼음은 마지막 홀에서 녹아내렸다. 캔틀레이는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관리되지 않은 지역으로 보냈다. 캔틀레이는 고민 끝에 사막의 덤불에 들어간 볼을  그냥 쳤으나 빠져나오지 못했다.

캔틀레이가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친 볼도 물에 빠졌다. 김주형은 안전하게 2온해 파를 하고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김주형은 “대회 직전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연습했고 마음에 안정감, 자신감, 인내심이 다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또 “몇 달 전만해도 정식 회원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두 번째 우승을 했다. 나의 우상인 우즈의 기록과 비교가 되는 내 자신이 믿을 수가 없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믿을 수가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난 그저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을 뿐이다. 이 바쁜 시기를 즐기려고 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가다듬어야할 것이 많다.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같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난 이제 시작이다. 그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난 그저 열심히 연습할 뿐이다. 그리고 계속 우승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4명이 톱 10에 들었다.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최다 톱 10 기록이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019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윈덤 챔피언십에서 3명이 최고였다. 특히 신인 김성현의 선전은 큰 수확이다.

스물네 살 동갑내기 임성재와 김성현은 선두와 3타 차로 한 조에서 경기했다. 김성현은 1번 홀에서 샷이글을 하는 등 맹추격했으나 파 5인 16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 볼이 물에 빠지면서 보기를 해 동력을 잃었다.

김성현은 그러나 이날 5언더파, 합계 20언더파로 공동 4위, 첫 톱 10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임성재는 퍼트 감각이 좋지 않았다. 3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 7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시우는 18언더파 공동 8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김주형의 노보기 우승은 PGA 투어에서 4번째입니다. 호아킨 니만이 2021년 노보기 우승을 했기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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