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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경기 앞둔 이대호 "내 야구 점수 50점… 우승 못해서"

중앙일보

입력

8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이대호. 부산=김효경 기자

8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이대호. 부산=김효경 기자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은퇴 경기를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승하지 못해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롯데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이대호의 은퇴식을 연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해외 진출 기간(일본 6년, 미국 1년)을 제외하고는 롯데에서만 15시즌을 뛰었다. 롯데는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 롯데의 심장 고 최동원(11번) 이후 두 번째다.

이대호는 LG전을 앞두고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이대호는 자산의 야구인생에 대해 50점이라고 밝혔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했던 팀 롯데에서 뛰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해서다. 다음은 이대호와의 일문일답.

-마지막 경기다.
"떨리고, 설렌다. 저를 보기 위해 많이 찾아주시고 살아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기쁘다."

마지막 출근길에서 팬들에게 사인하는 이대호. 뉴스1

마지막 출근길에서 팬들에게 사인하는 이대호. 뉴스1

-마지막 출근길은 어땠나.
"딸도 긴장이 풀렸는지 병원에 다녀왔다.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아빠가 울지 말라고 그랬나보다. 팬들을 보고 진짜 마지막이란 생각을 했다. 새벽같이 오셔서 줄 서서 사인받으려고 하는 모습에 감사드린다. 다 해드리지 못했는데, 제 마음은 경기만 없으면 더 해드리고 싶었다. 야구선수이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이란 게 실감나나.
"실감은 올스타전 끝나고, 은퇴투어 때부터 느꼈다. 팬들의 사랑을 느겼다. 10월 8일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빨리 왔다. 마지막 경기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웃으면서 떠나겠다."

-마지막 경기에서 이루고 싶은 것?
"아무 것도 없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 아쉬운 건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우승하고 싶어서 돌아왔다고 말씀드렸는데. 후배들에게 짐을 맡기고 도망가는 느낌이다. 가지고 있는 야구 기술이라든지 노하우는 언제든 전화 통화나 만나서 전해줄 것이다."

-내일은 뭐할 건지.
"은퇴 투어 준비하면서 잠을 많이 못 잤다. 은퇴사 준비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전날은 딸이 아파서 잠 설쳤다. 내일과 월요일은 집에서 쉴 생각이다."

-은퇴 유니폼은 어떤가.
"마음에 든다. 빨간색을 좋아한다. 준비하면서 이야기 많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게 나왔다. 색깔이 예쁘다."

-선수 생활 잊지 못할 장면이나 기억네 남는 장면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경기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첫 국가대표였던 2006 도하아시안게임이다. (3위에 그쳐)성적이 나빠 한국에 올 때 비난 많이 받았다. 잘했을 땐 많이 응원해주시지만, 선수로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열심히 했는데 성적 안났을 때다. 그 허무함이 크다. 열심히 했는데도 못했을 때 알아달라고 하는 게 힘들더라. 선수도 사람인데 열심히 안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느냐. 선수들도 이기고 싶어서 한다. 위로를 더 해주신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일본에선 우승을 했다.
"소프트뱅크 시절 우승하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너무 좋았고, 같이 고생했던 일본 선수들과 헹가래치고, 샴페인 세리머니한 게 좋았다. 제가 어렸을 사랑했던 롯데 자이언츠에서 우승했으면 부산 팬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더 많이 울었을 텐데. 약속 못 지킨게 후배들과 팬들에게 미안하다. 후배들이 노력하고, 구단주님이나 그룹에서 과감한 투자 해주셔서 정말 팬들이 염원하는 우승 할 수 있으면 한다. 일본에 있는 동안 많은 사랑 받았다. 오늘도 출근길에 일본에서 오신 부부를 만났다. 감사드린다. 일본, 미국에서도 같은 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은퇴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지난 시즌 끝나고 은퇴 결심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좀 더 노력해보려고 했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는게 팬들에게 사랑해주시는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준비를 잘 했고, 생각보다 운이 좋았다. 기회도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고마워하는 롯데 팬들. 뉴스1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고마워하는 롯데 팬들. 뉴스1

-사직구장에 다시 오기 힘들 거 같다고 말했는데.
"잘 못 올 거 같다. 눈물 날 거 같아서. 다 아시다시피 20년 생활했다. 사직구장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 후배들은 응원하겠지만 여기 오면 유니폼 입어야 할 거 같고 방망이 들어야 할 거 같아(못 올 것 같다). 은퇴투어 하면서 몸에 있는 힘을 다 써서 힘들다. 그래도 한 게임, 9이닝 최선을 다하려는 생각이다."

-최동원과 함께 영구결번이 된다.
"최동원 선배님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다. 선배님의 정신력을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안다면 빨리 우승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배님의 희생정신이 컸다. 후배들한테 항상 말하는 게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손)아섭이가 말했지만 아프다고 쉬면 팀에 마이너스다. 뛰어야 한다는 게 기본이고, 부담도 사치다."

-후계자를 꼽는다면.
"많이 이야기했지만 한동희다. 잘 할 거 같고. 김민수 선수처럼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들이 언제 좋아질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이대호(오른쪽)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해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AP=연합뉴스

이대호(오른쪽)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해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AP=연합뉴스

-한·미·일을 경험한 최초 타자였다.
"일본에 갈 때도 그랬지만 다 내려놓고 갔다. 미국에서도 더 뛸 수는 있었다. 하지만 힘이 있을 때, 잘할 때 롯데에 와서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팬들이 우승을 한 번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죄 짓고 가는 느낌이라 마음이 편하진 않다."

-지도자로 돌아온다면
"기회가 된다면 롯데에 오고 싶다. 지금 있는 선수, 코치들과 동고동락 많이 했다."

-강민호가 이대호를 언급하다 눈물을 보였다.
"솔직히 민호는 삼성에 있으면 안 되는 선수인데… 정말 저는 진짜 민호와 아섭이가 롯데에서 뼈를 묻어야 하는데,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싶다. 힘든 시절을 같이 겪었다. 비밀번호 시절이라 불리던 그때도 동고동락하고, '잘해보자 잘해보자'고 했다. 그 선수들이 롯데에 없다는 게 선배로서 안타깝다. 제 다음은 강민호라 생각했는데, 삼성에 있지만 더 잘했으면 한다. 아섭이도 진짜 열심히 했다. 다른 팀 갔지만 선배로서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 이제는 롯데에서 잘 하는 선수가 다른 팀에 안 가길 바란다."

-투수 등판 가능성은.
"20년째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될지 모르겠다."

-야구 인생을 점수로 매긴다면.

"50점이다. 개인 성적은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편견과 많이 싸웠는데, 잘 하고 떠나서 행복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제일 좋아했던 팀에서 우승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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