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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란 ‘3332주 보유’ 바이오회사, 400억대 정부 프로젝트 참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제가 공직자로 재직할 당시 자료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내부 자료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날(5일),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이해충돌 논란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틀째인 6일에도 같은 답변을 내놓으면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청장에게 "보유했던 주식의 거래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백 청장은 “업무 관련성이 없었고 상임위원회 권고에 따라 매각했을 뿐”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백 청장이 보유한 주식이 논란이 된 건 지난 8월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재산 공개 대상자 184명의 재산 등록 사항을 공개하면서다. 백 청장은 61억원의 재산 중 상장주식으로 2억4896만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종목을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 30주 ▶SK바이오팜 25주 ▶루트로닉 1주 ▶바디텍메드 166주 ▶신테카바이오 3332주 ▶알테오젠 42주 등으로 바이오나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 다수 포함돼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졌다.

백 청장은 취임 전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인사혁신처에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산 공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거래가 아니었다"는 해명과 함께 뒤늦게 처분했다. 주식을 처분하면서 인사처의 심사는 중단됐다.

신현영 “신테카바이오, 446억원 정부 프로젝트 참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신 의원은 백 청장이 신테카바이오 주식 3332주(취임일 기준 주식가액 약 4000만원)를 보유하고 있던 점을 문제 삼았다. 백 청장은 2016년 4월 비상장이던 신테카바이오 주식을 사들였고, 청장 취임 이후에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 9월 1일 매각했다.

신 의원은 이 업체가 복지부와 과학정보통신기술부의 400억원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기업이라며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신테카바이오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6개 기업 중 하나였다. 해당 사업은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9~2021년까지 3년간 국비 363억원, 민간 투자 83억원 등 총 446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현재 사업은 종료됐지만, 정부는 후속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 의원은 “백 청장은 해당 주식을 9월 1일 매도했다”며 “이 상황이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과 상식에 비추어 적절하다고 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30일 복지위에서 ‘지난 5년간 주식 매매내역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에 백 청장이 ‘네’라고 답해 제출 동의를 했다”며 “공개를 하지 않을수록 의혹이 불어난다. 떳떳하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백 청장은 “그런(제출한다는) 의미로 말씀드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제출 대신) 의원님들과 위원장님 찾아뵙고 자세히 설명드리겠다”고 답변했다.

백 청장은 전날 국감에서도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청장으로 취임하기 전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질병청의 감염병관리위원회,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 등에 참석했고 당시 ‘위원회 직무와 관련해 부동산, 주식 등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는 직무윤리 서약에 서명했다”며 자료 제출을 거듭 요청했으나 제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원이 “백 청장 주식 처분, 인사처 심사 회피 목적?”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소속 복지위 위원들은 백 청장이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재산 공개 직후 이해충돌 논란이 일자 질병청은 “재산 신고는 임용 당시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질병청과 계약 내역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주식은 이미 처분한 상태”라면서도 “나머지 종목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인사혁신처에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9월 1일 백 청장은 돌연 신테카바이오 주식을 매각했다. 이에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인사처 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인사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사처는 지난 9월 28일 백 청장에게 심사 중단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매각한 주식에 대해서는 심사가 중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의원은 국정감사 첫날 백 청장에게 “심사 회피를 위해 매각을 한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는 “상임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게 좋다고 해서 그에 맞춰 매각했다. 매각할 때는 심사 요청이 중단되는 걸 몰랐다”고 답변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3000만 원 이상 주식이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2개월 내 매각이나 백지 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 청장은 5월 18일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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