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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금지·4번 신고도 소용없었다…대낮 거리서 아내 살해한 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정폭력 혐의로 법원에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50대 남성이 아내를 찾아가 살해했다.

지난달 2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전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범죄 피해자보호 대응체계에 대한 현황 및 보완책 등에 대한 토론과 함께 스마트워치 작동 및 즉응태세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전 중부경찰서를 방문해 범죄 피해자보호 대응체계에 대한 현황 및 보완책 등에 대한 토론과 함께 스마트워치 작동 및 즉응태세를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충남 서산경찰서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A씨(50대 남성)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15분쯤 충남 서산시 동문동 길거리에서 아내 B씨(4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법원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과 전화·문자 메시지 발송 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범행 뒤 "술 취해 기억 안 난다" 진술

당시 흉기에 찔린 B씨는 경찰의 공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사건 당시 A씨 범행을 목격한 일부 시민이 그를 둔기로 제압한 다음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거 직후 “술에 취한 상태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남편 A씨의 폭력 문제로 4차례 신고했다. 처음 신고한 건 지난 9월 1일로 당시 두 사람은 말다툼하다 경찰이 출동하자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신고는 닷새 뒤인 9월 6일이었다. B씨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자 신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분리한 뒤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법원에는 ‘피해자 임시 보호’를 신청했다. 이 조치는 가해자에게 접근과 연락 금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충남 서산경찰서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진호 기자

폭행 사건 이틀 뒤인 9월 8일 경찰에 출두한 A씨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그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인 9일 A씨는 자녀들을 데리고 B씨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 대화를 요구했다. 이때 B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신고했다. 세 번째 신고였다.

네 차례 신고…9월 19일 접근금지 명령

경찰이 법원에 신청한 접근 금지와 연락 금지는 9월 19일에나 이뤄졌다. 추석 연휴를 앞둔 기간이라 늦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법원이 내린 접근금지 명령 등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처벌을 받는다.

B씨는 지난달 26일에도 A씨가 찾아오자 신고했다. 네 번째 신고로 경찰은 스마트워치 신호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A씨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그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겠다”며 조사를 미뤘다. A씨의 변호인은 “일정이 빡빡하다”며 다음 달 중순에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경찰에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문구가 가득 붙어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서울시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문구가 가득 붙어 있다. 뉴스1

경찰 관계자는 “살인 혐의와 별도로 접근금지 명령 등을 어긴 부분도 별도 조사를 할 것”이라며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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