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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비속어 겨누자 "친형 욕설은?"…이재명도 '조적조' 처지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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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울퉁불퉁한 인생·정치 역정이 발목을 잡은 걸까.

여권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총공세가 번번이 이재명 대표의 ‘말빚’에 막히고 있다.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 등 민주당의 공세 길목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과거 언행을 소환해 역공을 펴는 모습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장점인 ‘사이다’ 발언과 활발한 SNS 사용이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수도권 초선)는 한숨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野 공세 길목마다…與 “내로남불이냐” 반격

①표적 감사=민주당은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서면 질의한 것을 계기로 대대적인 반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간 “표적 감사가 아니냐”던 의심 가득한 주장은 이제 “문 전 대통령을 정치보복의 올가미에 가두려는 윤석열 정부의 음험한 음모가 본격화되고 있다”(안호영 수석대변인)는 돌직구로 바뀌었다. 전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데 이어, 이 대표는 4일 의원총회에서 “정의를 지키라는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2017년 7월 18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2017년 7월 18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끌어와 역공을 노렸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쓴 글을 반격 소재로 삼았다. 유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를 언급하며 “전형적인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②논문 표절=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겨냥 중인 민주당은 국정감사 첫날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장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앞서 임홍재 국민대 총장 등 관련 인물 11명을 증인ㆍ참고인으로 단독 채택한 데 이어, 이날 “김 여사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민주당 출신 민형배 무소속 의원)는 주장을 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들은 출석하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이고 국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건희 논문표절 증인들은 출석하라!'는 문구를 컴퓨터에 붙이고 국감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그러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바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논문 표절 시비가 벌어졌을 때 민주당은 어떤 입장을 취했나”라며 “내로남불이다”라고 맞받았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이재명 대선 후보의 가천대 석사 논문 검증을 요청하자, 이재명 캠프에서 “7년이 훌쩍 지난 지금, 때아닌 논문 재검증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송평수 대변인)고 낸 논평을 상기시킨 것이다.

③욕설 논란=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나온 ‘이XX’ 발언 역시 민주당이 집중 추궁하는 지점이다. 이날 외교통일위 국감장에서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의회의 의원을 상대로 ‘이XX’라는 발언을 했다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공식 확인했다”며 “대통령의 사과가 온 후에 국감을 진행하는 것이 국회의 권위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편“이라고 날을 세웠다.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역시 이 대표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과 얽혔다. 국민의힘은 “욕로남불”(권성동 의원)이라며 이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XX’를 언급할 때마다 여당 의원들은 “친형과 형수에게 인정사정없이 욕설을 퍼부어대던 이 대표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않으냐”(김기현 의원), “이 대표가 대통령이 욕설했다고 공격할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왜 본인이 더 손해 볼 공격을 하는 것이냐”(성일종 정책위의장) 며 반격하고 있다.

‘말빚 전쟁’ 계속될 듯…일각 “‘이명박근혜 탓’ 시즌2냐”

이런 공방 양상은 남은 국감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여야 대치가 극심해진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계속 부각해, 민심 우위에 서려고 하지 않겠느냐”(민주당 수도권 의원실 보좌관)는 것이다. 또 여당 입장에서도 “조국 사태에서도 봤듯이, 효과적인 공략법 중 하나가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같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국민의힘 당직자)이란 말이 나온다.

다만 이런 방식의 정쟁이 건설적인 정치를 방해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치학)는 “상대방의 말꼬투리만 잡는 ‘도돌이표 정쟁’은 여야 대화를 단절시키고, 국민의 정치 피로도만 배가시킨다”며 “과거 민주당이 ‘이명박근혜 탓’ 등 과거에만 몰두하다,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은 것을 국민의힘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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