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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고장에…6억원짜리 무선충전 전기버스, 공부방 전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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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경북 지역 A대학에서 공부방으로 활용 중인 구미 무선충전 전기버스. [사진 A대학]

경북 지역 A대학에서 공부방으로 활용 중인 구미 무선충전 전기버스. [사진 A대학]

2014년 경북 구미에 시내버스로 처음 등장해 주목받았던 무선충전 전기버스가 운행을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 가운데 일부는 대학 ‘공부방’으로 쓰이고, 나머지도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세워둔 상태다. 부품 수급 문제, 잦은 고장, 고가의 배터리 교체 비용 등으로 구미시가 버스 운행을 포기하면서다.

구미시는 2014년 3월 무선 전기버스 2대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전기버스는 정부 연구·개발 시범 사업으로 만들었다. 버스비는 대당 6억원 정도였다. 버스 기술은 정부 지원을 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했다. KAIST는 이 버스를 구미시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구미 도심에는 무선충전 전기버스 2대가 14㎞ 시내 구간을 왕복 운행했다. 일반 시내버스처럼 노선에 들어가 시민을 실어날랐다.  미래형 친환경 교통수단을 선점한 구미는 2년여간 전기버스를 대중교통으로 활용했고 그 실적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전기버스 한 대당(월 주행거리 5100㎞ 기준) 월평균 연료비는 326만원으로, 디젤 시내버스 526만원보다 200만원이, 천연가스 시내버스의 490만원보다 164만원이 저렴했다.

이에 구미시는 2016년 3월 배터리 성능이 강화된 새 전기버스 2대를 자체 예산을 들여 추가로 도입했다. 전기버스 무선충전을 위해 도심 6곳에 무선충전 시설도 완성했다.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을 하듯 충전 장치가 묻혀 있는 도로에 차가 멈춰 서면 무선으로 전기가 공급돼 배터리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무선충전 전기버스 4대는 구미 시민의 발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발생하는 잦은 고장, 생소한 전기장치 부품, 전기차 전문가가 아니면 꼼꼼하게 정비하기 어려운 버스 구조. 실제 전기버스 고장이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6년 승객 10여명을 태우고 구미역 일대를 지나던 전기버스에서 연기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버스 지붕에 설치된 배터리 단자에 문제가 있었다. 작업자가 배터리를 점검한 뒤 단자를 제대로 꽂지 않아서 생긴 사고였다고 당시 구미시 측은 설명했다.

고장 난 부품을 구하지 못해 전기버스 한 대를 아예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시내버스 관계자는 “배터리 충전 부품 한 개가 고장 나서 버스를 세워뒀는데, 400만원을 주고 부품을 주문 제작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구미시는 2020년 7월과 지난해 12월 두 번에 나눠 버스 운행을 접었다.

전기버스 처리를 고민하던 구미시는 대학 두 곳에 각각 2대씩 학습·연구용으로 버스를 기증했다. 현재 전기버스는 A대학에선 2대 모두 스터디룸(공부방)으로 쓰고 있다. B대학은 버스 2대를 세워둔 상태다. 이 대학 관계자는 “버스를 연구실로 활용하기 위해 조만간 꾸밀 계획이다”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전기버스는 기증으로 마무리했지만, 구평동 등 도심 6곳에 있는 무선충전 시설은 그대로다. 내년에 예산을 세워 철거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조근래 구미 경실련 사무국장은 “구미는 중소도시다. 실증이 끝난, 검증이 끝난 확실한 사업을 접목해야 세금과 행정력 낭비 같은 각종 문제가 나오지 않는다. 버스 요금 인하 같은 기본적인 대중교통 정책에 더 충실한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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