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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6억 이자 133만→259만원…월급 남는 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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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리 인상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금리 인하와 자산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2020~21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형 가계대출의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자가 매달 갚아야 할 돈이 2배로 뛴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3일 한 시중은행이 시뮬레이션한 A씨의 사례를 보면 충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았던 2020년 10월의 월 상환액은 132만6000원이었는데, 2년이 지난 이번 달 상환액은 259만3000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면적 59.99㎡에 8억15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갔고, 전세대출 5억원(SGI서울보증,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와 신용대출 1억원(1년,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을 받은 것으로 가정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상황 속 A씨의 상환 부담이 커진 건 금리 상승의 영향 탓이 크다. 2년 사이에 A씨의 대출금리는 전세대출 연 2.45%→4.89%, 신용대출 연 3.66%→6.67% 등으로 배로 뛰었다. 전세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연 3.35%로 오른 뒤 10월 연 4.89%가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은 6개월, 1년 단위로 금리를 바뀐다. 올해 상반기부터 한은의 긴축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금리 상승 파급 영향은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은행권의 잔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8%로 지난해 말(3.01%)보다 0.79%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연 5.01%로 지난해 말(3.77%)보다 1.24%포인트 뛰었다. 신용대출 금리의 전달 대비 상승 폭은 5월(0.12%포인트), 6월(0.18%포인트), 7월(0.23%포인트), 8월(0.26%포인트) 등 매달 커지고 있다.

신규 대출금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연 4%대 금리가 사라졌다. 지난달 30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5.108~6.81% 수준이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연 4.903~6.47%)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34%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전세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는 연 3.95~6.318%에서 연 4.26~6.565%로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73~7.281%로 이미 7%를 넘었다. 주담대 변동형(신규 코픽스 연동)의 금리는 연 4.51~6.813%이지만, 이달 중순 신규 코픽스가 인상될 경우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가구당 연간 이자수지(이자수익-이자비용) 적자 규모가 50만2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적자 규모가 554만원에서 604만원으로 커진다.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는 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민간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금리 인상 첫해 민간소비가 0.04~0.15%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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