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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연민, 리스트 위트레흐트 국제 콩쿠르 공동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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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피아노 콩쿠르인 리스트 위트레흐트 2022에서 상위에 입상한 연주자들. 왼쪽부터 데릭 왕(미국, 공동2위), 구로키 유키네(일본, 1위), 박연민(공동2위). 사진 리스트 위트레흐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인 리스트 위트레흐트 2022에서 상위에 입상한 연주자들. 왼쪽부터 데릭 왕(미국, 공동2위), 구로키 유키네(일본, 1위), 박연민(공동2위). 사진 리스트 위트레흐트

피아니스트 박연민(31)이 29일 밤(현지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폐막한 국제 피아노 콩쿠르인 리스트 위트레흐트 2022에서 공동 2위에 입상했다.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관객들이 선정한 청중상도 함께 받았다.
박연민의 수상으로 2017년 2위 홍민수에 이어 한국 피아니스트가 연속으로 2위 입상을 기록했다. 1위는 일본의 구로키 유키네, 또 다른 공동 2위는 미국의 데릭 왕이 수상했다.

박연민은 공동 2위 상금 1만 유로(약 1380만원)와 청중상 상금 2500 유로(약 340만원)를 받는다. 박연민을 비롯한 상위 3인의 수상자들은 향후 3년간 네덜란드・한국・노르웨이 등에서의 연주 투어와 미디어 트레이닝, 개인 웹사이트 제작이나 음반 제작 등 커리어 지원을 부상으로 받는다.

박연민은 29일 위트레흐트의 공연장 티볼리흐레덴부르흐 흐로테잘에서 펼쳐진 결선에서 데릭 왕, 구로키 유키네에 이어 인터미션 후 세 번째 무대를 소화했다.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지휘한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리스트가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한 버전인 S366을 연주했다.
이날 세 경연자들은 협주곡에 이어 앙코르로 한 곡 씩을 준비했다. 데릭 왕은 리스트 편곡 베토벤 교향곡 7번 4악장, 구로키 유키네는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박연민은 ‘라 캄파넬라’를 각각 연주했다.

앞선 두 연주자가 파지올리 피아노를 연주한 데 반해 박연민은 스타인웨이를 택했다. 가끔 지휘하는 손동작을 하며 자연스런 연주를 펼친 박연민은 오케스트라가 잦아들고 피아노가 강조되는 부분에서 사색적인 특징을 드러냈다.
음량과 완급 조절이 좋았고 분위기가 비극적으로 바뀔 때도 인상적이었다. 미묘한 템포 루바토로 음영을 드리우는 입체적인 해석이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카프리스를 리스트가 피아노로 옮긴 앙코르 ‘라 캄파넬라’는 수많은 종이 울리는 듯했다. 여유 있는 템포에서 빠른 템포로 반전을 꾀한 것도 돋보였다.

박연민은 2014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 수상에 이어 이탈리아 팔마도로 콩쿠르, 2019년 리옹 콩쿠르, 작년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 로버트 르윈은 박연민에 대해 “우아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미 완성된 프로페셔널 연주자”라고 평했다.

서울대 음대에서 아비람 라이케르트에게 배우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베른트 괴츠케에게 배우며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이다.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지휘하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과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 사진 리스트 위트레흐트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지휘하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과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 사진 리스트 위트레흐트

박연민에게 2위 입상 소감을 물었다.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저 혼자 이뤄낸 게 아니고 지지해준 많은 분들의 힘 덕분”이라며 “가족이랑 베른트 괴츠케 교수님, 아비람 라이케르트 교수님이 생각난다.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사랑으로 돌봐주신 호스트 ‘네덜란드 엄마’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연민과의 1문 1답.

결선곡인 리스트 편곡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어떻게 해석하려 했나?

"리스트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작품 자체로 존중하고 슈베르트 원곡 부분을 많이 남겨놨다. 슈베르트의 느낌을 강조하되 리스트가 가진 기교적인 면도 살리려고 했다. 오케스트라랑 맞춰야 되기 때문에 엄연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전날 30분 리허설하고 당일 드레스 리허설 20분한 뒤 연주에 들어갔다."

10명이 겨루는 준결선에서 올 리스트, 실내악, 가곡, 올 슈베르트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해야 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콘서트 네 번을 닷새 안에 연주해야 했다. 작품 준비도 중요하지만 닷새 동안 몸과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했다. 특히 정신 집중에 신경썼다."

준결선에서 야마하, 마너, 스타인웨이, 파지올리 등 각기 다른 피아노를 연주해야 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보통 콩쿠르는 한 가지 피아노로 라운드를 진행하는데 피아노가 칠 때마다 다르다 보니 각 피아노에 맞춰 연주를 미묘하게 바꿔야 했다. 어렵긴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준결선 진출자들에게 똑같은 환경이었으니 불평하기 힘들다."

올 리스트 리사이틀에서 토텐탄츠는 압권이었다.

"리스트 작품들의 준비가 잘 됐다. 그 전 연주에서도 쳐봤던 곡들이고 연주 경험을 쌓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기립박수도 나오는 등 관객들이 좋게 들어주셨을 것 같다."

가장 고비였다고 생각한 부분은?

"첫 연주였던 올 슈베르트 리사이틀이었다. 리스트가 연가곡 백조의 노래 14곡을 편곡했는데 여기 와서 처음 전곡을 연주해 봤다. 쉬지 않고 1시간을 연달아 연주해야 하는 곡이라서 걱정하긴 했었는데 집중해서 잘 끝냈다. 곡에 애정이 생겼다."

리스트와 슈베르트 음악에서 발견한 점은.

"리스트는 어릴 적에 이런저런 곡들을 많이 쳐봤고 슈베르트는 많이 다뤄보지 않았다. 리스트가 슈베르트를 깊이 존경했고 리스트 편곡으로 연주했지만 작곡가 슈베르트에 대한 공부도 된 것 같다. 앞으로 슈베르트 작품들을 더 연주하고 싶다."

피아노를 언제 시작했나?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건 여덟 살 때 친구 따라서 동네 피아노 학원에 갔다. 선화예중 준비하면서 전공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 나이 21세 때 재수를 하고 서울대 음대에 입학했다. 교수님 오디션을 안 봐서 첫 2년 동안 강사선생님께 레슨을 받았다. 아비람 선생님께 23세부터 배우면서 피아노 솔로에 많은 걸 쏟아 부었다. 23세 때 직업 연주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대 졸업연주가 최초의 한 시간 분량 독주회였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곡마다 좋아하는 해석들이 다르다. 슈베르트, 브람스는 라두 루푸의 연주가 좋다. 호로비츠는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특별한 게 있는 피아니스트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연주에서는 평온하면서도 강한 정신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아비람 라이케르트, 베른트 괴츠케 교수의 가르침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아비람 교수님은 피아니스트로서 어떻게 무대에서 연주해야 하는지를 더 알려주셨다. 괴츠케 교수님은 깊이 있는 음악의 배경과 음악 자체의 철학적이고 본질에 접근하는 내용을 강조하셨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주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려고 한다. 또 리스트 작품을 음반으로 발매하고 싶다. 10월 22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2022 리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위너 인 서울’ 공연 무대에 선다. 11월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스트 콩쿠르 이름으로 열리는 공연에서 연주한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 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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