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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브이로그 다음은 오디오로그? ‘탈음원’ 노리는 음원 플랫폼들

중앙일보

입력

플로는 지난 7월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오디오 콘텐트를 올릴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출시했다. 사진 플로

플로는 지난 7월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자유롭게 오디오 콘텐트를 올릴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출시했다. 사진 플로

무슨 일이야

토종 음원 플랫폼의 ‘탈(脫)음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스테디셀러인 음원 외에, 오디오 북·오디오 무비·오디오 크리에이터 등 ‘오리지널 콘텐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뭘 하는데

●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노리는 : 플로는 지난 7월 일반인 크리에이터 누구나 콘텐트를 올릴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선보였다. 청취자 1명당 50원(프로모션가, 기본 5원)을 정산해주는 모델로 지난 27일 기준 크리에이터 3227명을 모았다. 현재까지 음악 리뷰, 교양, ALOG(오디오 로그),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을 유도하는 오디오) 등 6300개의 에피소드가 올라와있다. 일종의 ‘영상 없는 유튜브’인 셈. 오픈 플랫폼은 향후 모회사 SK스퀘어가 계획 중인 암호화폐 ‘SK코인’이나 SK텔레콤 메타버스 ‘이프랜드’와도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플로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에서 ‘팬덤 경제 기반 오디오 플랫폼’으로 전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바이브가 제공 중인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네이버

네이버 바이브가 제공 중인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네이버

● 셀럽 플레이에 강한 : 네이버 바이브(전 네이버뮤직)는 ‘오디오 탭’을 신설하고 오디오 무비, 오디오 북, 자연의 소리, 도슨트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트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킬러 콘텐트로 부를 만한 건 이제훈·문채원 주연의 오디오 무비 ‘층’(누적 450만회 재생). 소리만으로 범인을 쫓는 스릴러 장르다. 이밖에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문세·김이나 등 아티스트들의 ‘슬립가이드(공개 예정)’ 등 1000여개의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디오 탭을 선보인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8월 바이브 앱 설치율이 33% 성장했다”고 말했다.

음원 사용자 ‘락인’에 집중하는 : KT 손자회사 지니뮤직은 ‘케이팝탐사대’, ‘팔로알토의 국힙레거시’ 등 오리지널 오디오 토크쇼를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 인수한 밀리의서재를 통해 오디오 북 제작·유통도 강화했다. 엔데믹을 맞아 공연 사업으로도 다각화를 꾀하는 중. 지니뮤직 관계자는 “공연 기획-제작-유통-송출 단계별 성장동력을 마련해 KT그룹의 공연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NHN벅스가 기획한 한소희, 박형식 주연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1’.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공개되었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NHN벅스가 기획한 한소희, 박형식 주연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1’.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공개되었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 드라마 만들고 OST 수익 챙기는 : NHN벅스는 지난해 11월 오리지널 콘텐트 투자를 위해 자사주 100만주(116억3800만원)를 처분했다. 이후 드라마, OST, 뉴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3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한소희·박형식 주연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1’은 벅스가 드라마와 OST를 모두 기획했다. 올 8월에는 아티스트 패션 필름(영상) ‘스튜디오 벅스’를 공개했다. 지난해 말에는 유명 노래 유튜버 제이플라(구독자 1760만명) 소속사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

이게 왜 중요해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음원 플랫폼 시장은 같은 음원을 두고 소비자를 뺏고 빼앗기는 가두리 양식장. 플랫폼 A에서 B로 갈아타는 일은 있어도, 여럿을 동시에 구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3년 전까지 이들 플랫폼이 앞다퉈 내세우던 인공지능(AI) 큐레이션도 이젠 당연한 서비스가 돼 버렸다. 게다가 유튜브 뮤직은 광고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상품을 결합 판매하는 전략으로 2년 새 국내 4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1등 멜론(월 사용자 기준 시장점유율 30.4%), 2등 유튜브 뮤직(19.3%)에 밀린 음원 플랫폼들은 ‘차별화 돌파구’로 오리지널 제작·투자를 택했다.

● 오디오 판 커질까 : 음악을 제외한 국내 오디오 콘텐트 시장은 커질 듯 하다 안 커지는, 미묘한 시장. 팟빵, 오디오클립(네이버) 등 선발 주자들이 시장을 유지히곤 있지만, 도약을 위한 ‘한 방’이 몇 년째 없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클럽하우스는 금세 인기가 급락했고, 클럽하우스를 의식해 나왔던 카카오 음(mm)은 1년도 채 안 돼 서비스를 종료했다. 스타트업 스푼라디오는 최근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원 플랫폼들의 오디오 콘텐트 참전이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으로는

토종 음원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진출이 ‘터닝 포인트’가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유튜브나 스푼라디오처럼 이미 일반인 음성 크리에이터를 잡고 있는 플랫폼도 있고, 시장 점유율 50%를 멜론과 유튜브 뮤직 2개 플랫폼이 가져가는 환경에선 오리지널의 신규 고객 유입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플로 관계자는 “음악이 선호에 기반한 취향이라면 오디오는 관심사와 가치관,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되는 더욱 섬세하고 세밀화된 취향의 영역”이라며 “음원만 서비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는 시장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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