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에너지인데 … 원유값 안정세, 가스값 고공행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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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이 크게 올랐으나 최근엔 유가는 안정세인데 가스값은 상승세를 보인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계량기와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이 크게 올랐으나 최근엔 유가는 안정세인데 가스값은 상승세를 보인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계량기와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원유 시세는 하향 안정세로 가고 있지만, 가스 시세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타난다. 원유와 비교해 가스값은 추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대폭 뛸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 첫 주 배럴당 127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도 9월 셋째 주 91달러까지 떨어졌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152.8달러에서 123.7달러로 내려갔다.

미국 금리 인상 등 강(强)달러 기조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보통 유가는 달러 가치와 반비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달러가 힘을 쓸수록 시세 하락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반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8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98.8원까지 내려갔다. 2월 9일(1697원) 이후 처음으로 1600원대를 기록했다. 6월 30일(2144.9원) 정점과 비교하면 400원 이상 떨어졌다. 이날 경유 판매가도 1832.3원으로 고점 대비 300원 넘게 하락했다.

반면 국제 가스값 추이는 심상치 않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세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00만Btu(열량단위)당 1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엔 55달러를 찍으면서 5배를 넘겼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로 유럽 ‘난방 대란’ 위기가 커지면서 일찌감치 각국의 물량 조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에서 발생한 폭발로 유럽의 가스 선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LNG 수입국인 호주도 수출 제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내년 자국 내 천연가스 공급량 부족에 대비해 수출 제한, 내수 물량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에 권고했다. 향후 중국까지 난방 등을 위한 LNG 물량 확보에 뛰어들면 가격이 더 뛸 위험이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유가와 가스 가격은 연동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같은 ‘디커플링’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쟁 후 러시아산 원유가 꾸준히 수출돼 석유제품 물량이 안정된 반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은 막힌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이미 가스값 상승 여파가 거세다. 9월 1~20일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원유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16.1% 늘었지만, 가스는 106.9% 급증했다. 가스 수입이 무역수지 악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가스 가격에 연동되는 SMP(계통한계가격)는 이달 들어 ㎾h당 250원대(육지 기준)를 넘나들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SMP는 한전이 각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되는 일종의 도매가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국내 LNG 가격은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원유와 달리 가스는 전력 발전과 난방에 투입되기 때문에 겨울철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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