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연찬회 음주’도 윤리위 회부, 당 일각 “이준석 중징계 밑밥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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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가 29일 새벽 여당의 전직 ‘투톱’을 나란히 심판대에 올렸다.

이양희 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절차 개시가 있었다”며 “권성동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고 이 당원, 권 의원 모두 10월 6일에 출석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권 의원은 불과 세 달 전만 해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였다. 특히 권 의원 징계 회부는 당 관계자조차 “의외였다”고 할 만큼 기습적이었다. 윤리위는 권 의원 징계에 대해선 아무런 사전 시그널이 없었다.

권 의원은 8월 26일 당 연찬회에서 지도부가 공언한 ‘금주령’을 깨고 뒤풀이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고, 관련 영상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 권 의원 측은 “취재진 격려 차원이었고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후 일부 당원이 권 의원을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제소했고, 윤리위원 만장일치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는 게 윤리위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윤리위의 설명이 “표면적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많다. 윤리위에 제기된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당 중진의원은 “대표적 윤핵관인 권 의원을 나란히 징계 테이블에 올려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만 중징계하면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에 권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관측이다.

한 초선 의원도 “이 전 대표 중징계를 위한 밑밥 깔기, 혹은 구색 맞추기라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리위가 권 의원의 경우처럼 단순 음주를 중징계한 사례는 없다. 2019년 김재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다가 ‘음주 심사’ 논란에 휩싸인 적 있는데, 윤리위에 회부되지 않고 당 차원의 경고로 끝났다. 당 중진 의원은 “금주법 시대도 아니고 금주령을 어겼다고 중징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가 징계 논의를 다음 달 6일로 정한 것을 두곤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지켜보면서 이 전 대표 징계 수위를 가늠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잔인하지만 뜨거운 걸 만지고 아파보는 방법밖에 없다”며 “아무리 말로 설명해 봐야 안 된다. 빨리 뜨거운 것을 만져보게 놔두자”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표 측은 “무리한 징계에 대한 후폭풍을 경고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권 의원은 “독립기구인 윤리위에 대한 입장 표명이 본의와 무관하게 당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리위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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