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200억 들인 군 전술통신망, 미군 새 체계와 연동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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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군 통합 전술통신망이 미군 체계와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박한 상황에서 한ㆍ미 양국 군이 실시간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ㆍ미 연합작전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최신형 이지스 체계엔 합동교전능력(CEC)을 갖춰 다른 체계로부터 실시간으로 표적정보를 받아 요격할 수 있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들이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최신형 이지스 체계엔 합동교전능력(CEC)을 갖춰 다른 체계로부터 실시간으로 표적정보를 받아 요격할 수 있다. 사진 미 해군

28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군 당국이 2024년께 전력화 예정인 군 통합 전술통신망인 ‘링크(Link)-K’가 미군의 새 체계인 ‘Link-22’와 상호 연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본격 개발에 착수한 Link-K는 ‘한국형 합동전술 데이터링크 체계(JTDLS) 완성형’으로도 불린다. 당시 확정된 총사업비는 약 3207억원으로 2024년 말부터 배치하기로 했다.

한국형 합동전술 데이터링크 체계인 '링크(Link)-K' 운용 개념도. 그래픽에선 미군의 새 데이터링크 체계인 'Link-22'와 연동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현재 연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 한화시스템

한국형 합동전술 데이터링크 체계인 '링크(Link)-K' 운용 개념도. 그래픽에선 미군의 새 데이터링크 체계인 'Link-22'와 연동되는 것처럼 묘사돼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현재 연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사진 한화시스템

전술통신망의 핵심 기능은 실시간 정보 공유다. 가령 고고도 정찰기나 이지스함 등이 파악한 정보를 지휘부는 물론 지대지미사일 부대 등 타격 체계에 실시간으로 전파할 수 있다. 직접 보지 않고도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전에선 이같은 정보 공유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력상 열세로 평가되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기습 공격에 잇따라 성공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영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만든 ‘GIS 아르타(Art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술정보를 공유했다. 미국의 상용 위성망인 스타링크를 통해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사진.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으로 'GIS 아르타'라는 전술정보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사진.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으로 'GIS 아르타'라는 전술정보 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사진 우크라이나 국방부

GIS 아르타는 GPS(범지구 위치결정 체계), 정찰용 드론, 스마트폰은 물론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가 제공하는 정보 등을 총동원해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와 동시에 표적과 가까운 미사일이나 야포 등 우크라이군의 무기 중 가장 적합한 공격 수단까지 결정해준다.

그만큼 전술지휘통제를 위한 정보공유 체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자국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한ㆍ미 공군의 항공기들은 Link-16이란 공동의 데이터링크 체계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한다. 군 소식통은 “과거 공군 전투기가 미군 체계와 연동되지 않던 시절엔 연합작전에 애로가 많았다”며 “그만큼 데이터링크는 연합작전의 핵심적 장비”라고 말했다.

한ㆍ미 공군의 항공기들은 링크(Link)-16이란 공동의 데이터링크 체계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한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쌍매훈련’ 당시 모습. 사진은 FA-50 1대와 미 공군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 사진 공군

한ㆍ미 공군의 항공기들은 링크(Link)-16이란 공동의 데이터링크 체계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한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한 ‘쌍매훈련’ 당시 모습. 사진은 FA-50 1대와 미 공군 A-10 2대가 연합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 사진 공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새 데이터링크 체계인 Link-22를 개발 중이다. 오는 2025년부터 미 해군 함정 등에 먼저 전력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 측은 Link-K와 Link-22 연동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Link-K 개발을 시작한 지 3년째, 방위사업청은 국회에 “미측과 연동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밝힐 뿐이다.

이와 관련, 한 의원은 “대북 억지력의 핵심인 한ㆍ미 연합작전 능력을 생각할 때 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며 “‘철통 같은 한ㆍ미 동맹’이란 말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루빨리 데이터링크 체계 연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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