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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퍼스펙티브

여권의 MBC 책임론, 그 뿌리는 '광우병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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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국 수호 집회를 가리켜 ‘딱 보니 100만명이다.’ 박성제 MBC사장이 한 말이다. 권언유착을 검언유착이라 보도하고, ‘제2의 광우병’보도 거리 없나 냄새 맡고 다닌다는 얘기도 돈다.”
 지난 9월 21일 국민의힘 주최 토론회에서 김장겸 전 MBC사장이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MBC사장이었던 김장겸은 문재인 정부초 해임됐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2022.09.28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2022.09.28

MBC 의심해온 보수우파

김장겸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우파 진영에서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보도는 보수우파 진영에 던져진 화염병 같다. 국민의힘이 MBC 때리기에 돌입했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의 25일 게시글은 김장겸을 빼닮았다.

‘광우병 조작 선동 당시 MBC는 명백한 거짓말로 나라를 뒤집어 놨다. 야당과 좌파언론이 이번 순방을 제2의 광우병 조작선동 기회로 이용하고자 했다.’

선봉대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28일 MBC를 항의방문했다. 26일 공동회견에서 ‘MBC의 대국민 사과, 박성제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비속어 논란 보도과정 재구성

MBC는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했다.

▶한국시간 22일 새벽 5시=윤석열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재정공약회의)이 확정됨. 취재는 관행상 풀(Poolㆍ번갈아 취재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번 카메라취재 풀은 MBC와 KTV.

▶새벽 6시 10분=윤석열이 MBC카메라 앞을 지나던 순간 문제발언을 했다. 소란한 와중이라 현장취재진은 발언내용을 알아채지 못함.

▶6시 48분=풀 카메라는 대통령실 출입 방송 12개사와 동영상 공유. 서울로 동영상 송출. 12개 방송사 수백명이 동영상 볼 수 있게됨.

▶7시 30분=방송사 취재기자들이 영상확인하다 해당 발언 포착. ‘이 XX’와 ‘바이든’이란 의견이 다수.

▶8시=프레스센터에 같이 있던 대통령실 대외협력관실 직원이 해당 발언을 확인하고 ‘어떻게 해줄 수 없냐’고 요청. 취재단은 ‘각사가 판단하기로’결정. 취재단 차원에선‘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부.

▶8시 30분=현장취재진들이 서울 본사에 상황 보고. 국내 언론사 정치부 단톡방 등에 공유되며 급속 확산.

▶9시=온라인 커뮤니티(DVD프라임)에 ‘윤석열 대형사고 쳤네요’라는 제목의 글 올라와. 내용은 ‘미 의회와 바이든 모욕하는 발언이 우리 취재단 영상에 잡혔다고 합니다. ’

9시18분에 추가댓글 ‘대통령실에서 비보도 요청하는데 일단 MBC는 내보낸다고 합니다. (출처는) 현지 대통령실 출입기자 전언.’

9시 28분 추추가댓글 ‘기자들이 대통령실 비보도 요청 받아줬다는 얘기가 있어 열받아 그냥 공개한다’며 MBC보도와 같은 내용 글 공개.

(게시자는 보도 이후 스스로 ‘민주당 보좌진’이라고 밝히면서, MBC와 무관하다고 주장.)

▶9시 20분=MBC취재기자가 SNS에 떠돌던 반디캠(컴퓨터 화면복사) 영상 확인하고 보고. 8초 편집영상이 유튜브에 급속 확산.

▶9시 33분=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윤석열 막말 비속어 발언으로 외교망신’발언.

▶9시 39분=해당영상 관련 대통령실 엠바고(보도유예) 해제. 관련 보도 가능해져.

▶10시 7분=MBC 유튜브에 최초 보도. 이후 KBS(10시33분) SBS(12시)도 같은 내용 보도.

▶오후 1시=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사적 발언을 외교성과와 연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발언. 애매한 발언은 취재진에게‘사실상 인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MBC와 같은 내용의 보도 쏟아짐.

▶밤 11시=김은혜 홍보수석이 프레스센터 찾아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

MBC 정치편향 의심의 근거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MBC 보도관련 의혹은 크게 두가지. 첫째, 윤석열 정부에 악의적이란 점. 둘째, 민주당과 내통했을 가능성.

첫째 ‘악의’의 근거는, MBC가 최초보도하면서‘바이든’이라는 자막을 넣어 ‘한미동맹관계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바이든’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사실 확인도 않고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이후 다른 언론들이 ‘바이든’이라 보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은혜의 주장처럼 ‘바이든’이 아니라면 MBC는 악의적이다. 그러나 ‘바이든’이라 말했다면 ‘악의’가 아니다. 듣기에 따라 다르다. 사실확인 관련해선, 대통령실이 신속정확히 대응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둘째 MBC와 민주당과의 유착, 속칭 ‘권(정)언유착’의혹이다. MBC가 보도에 앞서 민주당에 정보유출했다는 의심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MBC와 민주당은 부인하고 있다.

여기서 걸리는 건 22일 오전 9시 DVD프라임 게시글이다. 게시자는 ‘지라시 보고 썼다’고 주장하지만 내용상 출처가 모두 MBC다. MBC에서 흘러나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확인하려면 수사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방송사 보도정보시스템과 관계자들의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해 들여다봐야 하는데, 언론탄압이란 저항이 예상된다. DVD프라임 게시자도 ‘휴대폰 애플인데, 비밀번호 모른다’고 말한다.

서울 프라자 호텔 14층 (22층 건물) 객실에서 내려다본 2008년 6월 10일 촛불집회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프라자 호텔 14층 (22층 건물) 객실에서 내려다본 2008년 6월 10일 촛불집회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보수우파의 MBC 트라우마

정부여당의 민감한 반응은 MBC에 대한 보수우파 진영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말해준다.

최대 트라우마는 ‘광우병 파동’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인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이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연속방송했다.

촛불이 순식간에 광화문에서 시청광장까지 뒤덮었다. 그러나 거짓과 과장이었다. 방송이 ‘광우병 의심소’라던  ‘주저앉는 소(다우너)’영상은 동물학대영상이었고,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잘 걸린다는 주장은 ‘근거 없음’으로 확인됐다. 법원판결에 따라 MBC는 3년만에 사과했다. 14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 최대수입국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론 촛불이 이미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결과적으로 가짜뉴스로 촉발된 촛불사태에 이명박 정권은 집권초 정치동력을 상실했다. 보수우파는 PD수첩 보도를 ‘진보좌파(언론노조)의 정치적 공격’이라 확신했다.

두번째 트라우마는 MBC가 2020년 3월 31일 보도했던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이다. 채널A 기자가 한동훈과 짜고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의 비리를 조작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채널A 기자는 1심 무죄, 한동훈은 혐의없음. 대신 MBC가 취재과정에서 친문 제보자X와 짜고 채널A 기자를 몰래카메라로 찍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BC의 ‘검언유착’은 거짓이고, 사실은 MBC와 민주당의 ‘정언유착’이란 근거다.

민영화가 정치중립 방송개혁

현시점에서 보수우파의 트라우마가 작동하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 결정적으로 박성제 MBC 사장이 친문 인사다. 박성제는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12년 파업을 주도하다 해고됐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복직해 보도국장을 거쳐 사장으로 몇단계 건너뛰며 파격발탁됐다. 부인은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김장겸이 박성제를 지목하고, 국민의힘이 ‘사장사퇴’를 니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MBC의 기형적인 지배구조다. 박성제가 물러나도 MBC의 정치편향은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MBC 사장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고, 방송통신위원장이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임명하고,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사장을 임명한다.

1961년 12월2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공관을 찾은 부산 문화방송 어린이 합창단 어린이들의 팔을 어색한듯 뻣뻣하게 잡고 포즈를 취한 박정희 의장. 왼쪽끝이 문화방송 오너 김지태. 박정희는 62년 5월 김지태로부터 부산문화방송을 헌납받아 516장학회에 맡겨 전국방송으로 키웠다. 이후 김지태의 사업은 번창했다. 박정희는 1959년 부산 군수사령관 시절부터 김지태와 친했다.

1961년 12월2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공관을 찾은 부산 문화방송 어린이 합창단 어린이들의 팔을 어색한듯 뻣뻣하게 잡고 포즈를 취한 박정희 의장. 왼쪽끝이 문화방송 오너 김지태. 박정희는 62년 5월 김지태로부터 부산문화방송을 헌납받아 516장학회에 맡겨 전국방송으로 키웠다. 이후 김지태의 사업은 번창했다. 박정희는 1959년 부산 군수사령관 시절부터 김지태와 친했다.

기형적 지배구조는 MBC의 출발과 성장 모두가 정치적 왜곡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민간방송이었던 MBC는 5ㆍ16 직후 박정희 정권에 ‘강제헌납’당했다. 5ㆍ16장학회가 MBC를 전국방송으로 키운 대주주다. 현재 MBC 주식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는 5ㆍ16장학회의 바뀐 이름이다.

현재의 지배구조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 결과다. 신군부는 MBC 민간지분 70%를 또‘강제헌납’받아 국유화했다. 노태우 정권이 ‘5공 청산’한다면서 70%지분을 ‘방송문화진흥회’에 넘겼다. 겉으론 공영화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정권방송이었다.

따라서 MBC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첩경은 민영화다. 때리고 길들이기보다 시장에 맡기는 것이 보수철학에도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