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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준비 마친 北…김정은 ‘애민’ 연일 부각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식량문제를 비롯한 내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7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앞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8일 황해남도에 전달된 새 농기계를 재차 부각해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군수 공업 부문에서 제작한 농기계 5500대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보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28일 황해남도에 전달된 새 농기계를 재차 부각해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아 군수 공업 부문에서 제작한 농기계 5500대를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보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총동원해 생산한 농기계 5500여 대를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지역에 전달한 것을 두고 '사랑의 농기계'로 표현하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하는 선전전에 돌입했다.

노동신문은 28일 "황해남도에 자자손손 전해갈 또 하나의 격동적인 전설이 태어났다"며 25일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열린 농기계 전달모임 언급했다. 신문은 "농기계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무려 50리(20㎞)"라면서 "어려운 시기에 수천 대의 농기계들을 바로 다름 아닌 황해남도에 통째로 보내주신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하늘 같은 사랑"이라 강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심상치 않은 북한 내 식량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121만t 규모의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봄 가뭄과 폭우, 비료 수입량 부족 등이 (북한의) 올해 작황 상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수확기까지 태풍 등 기상여건과 추수기 인력동원 상황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기상청 격인 북한 기상수문국 관계자가 지난 6월 조선중앙TV '기상수문국에서 알리는 소식' 코너에서 '보리장마'를 설명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한국의 기상청 격인 북한 기상수문국 관계자가 지난 6월 조선중앙TV '기상수문국에서 알리는 소식' 코너에서 '보리장마'를 설명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관영 매체들도 농업 성과 달성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배치한 '올해 농사의 성과적 결속을 위하여 총동원 앞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나라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전진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치적 문제이며, 인민(주민)들이 제일 해결을 기다리는 절실한 과제"라면서 "농사를 잘 지어야 우리의 자존을 지킬 수 있고 혁명과 건설을 마음먹은 대로 배심 있게 내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애민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식량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 핵실험을 위한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10월 16일∼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의 풍계리 3번 갱도가 완성돼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북한은 5·6차 핵실험을 정권 수립일(9월9일)을 앞두고 진행하면서 "공화국의 핵무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식량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농작물 수확기와 맞물렸다. 이로 인해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해 내부결속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농업 정책을 단일 안건으로 논의하는 등 식량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다루고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내부결속은 핵실험이나 한·미에 대응하는 군사 행동을 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문제기 때문에 '눈덩이를 뭉치고 있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당장 시급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김정은이 언제든 핵실험을 선택할 수 있는 내부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요 정치 기념일을 도발의 계기로 활용해왔던 만큼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10월 16일 개막), 미국 중간선거일(11월 8일) 등을 핵실험 가능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에 앞서 핵실험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의 큰 정치행사인 당대회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큰 도발을 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어 그 시기는 좀 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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