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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왜 이 차에 있니" 아울렛 참사 희생자 눈물의 첫 발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로 숨진 사망자 A씨의 발인이 28일 오전 진행됐다. 최종권 기자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로 숨진 사망자 A씨의 발인이 28일 오전 진행됐다. 최종권 기자

28일 대전 현대아울렛 희생자 첫 발인 

“○○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왜 이 차에 있니. 어떻게 이렇게 가니.”
28일 오전 11시30분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사흘 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고로 숨진 A씨(33) 발인이 엄수된 현장에서 유족들은 오열했다. 아울렛 화재 사고 희생자 7명 중 첫 발인이다. A씨는 현대아울렛 측이 시설관리를 맡긴 도급업체 직원이다. 그는 불이 나자 방재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연기로 가득 찬 사고 현장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유족을 비롯한 학교 친구, 군대 동기 등은 A씨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시신이 운구차로 옮겨지자, 유족은 “미안해 ○○아, 미안해, 미안해”라며 운구차를 부여잡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A씨의 가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고등학교 때까지 높이뛰기 선수를 했다고 한다.

군 전역 후 통신기기 판매와 개인 배송 관련 일을 하다 올해 초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5개월 전쯤 대전 현대아울렛 시설관리를 맡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합격했다. A씨 군대 동기인 이모(35)씨는 “전기관련 자격증을 따고 회사 면접을 준비하면서 ‘새 길을 찾아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며 “합격 이후엔 야간 근무를 하며 또 다른 자격증 공부를 한 성실한 동생이었다”고 말했다.

A씨(오른쪽)가 최근 대전 현대아울렛 방재실에서 근무전 안전수칙을 읽고 있다. 사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A씨(오른쪽)가 최근 대전 현대아울렛 방재실에서 근무전 안전수칙을 읽고 있다. 사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야근 때 자격증 공부한 성실한 친구” 

그는 이어 “(A씨는)친구들과 만나면 분위기를 주도하는 쾌활한 성격이었다”면서도 “어머니를 10여 년 전 여의고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동생이 출가하면서 아버지를 각별히 챙기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발견 당시 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시커먼 그을음이 묻은 상태였다고 유족은 전했다. 탑승했던 차량은 기둥 쪽에 부딪혀 일부 파손된 상태였다. 한 지인은 “(A씨가)지하주차장에 가득 찬 연기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탈출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작은 아버지는 그는 “조카가 나이가 더 먹기 전에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싶어서 자격증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격증도 따고, 회사에도 합격했다”며 “지난 추석 명절 당일에도 야근이 잡혀서 이튿날 소주 한잔했던 게 마지막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그렇게 큰 공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많은 분이 질식으로 숨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수사당국이 화재 원인과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사망자 6명의 유족은 사고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이후로 장례절차를 미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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