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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는 부동산 경기에…인구이동 4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강변 아파트 모습. 뉴스1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강변 아파트 모습. 뉴스1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인구 이동이 크게 줄었다.

28일 통계청이 발간한 ‘국내 인구 이동 통계’ 보고서를 보면 올해 8월 이동자 수는 51만9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만1000명(12.1%) 감소했다. 같은 달을 놓고 비교했을 때 1976년 8월 47만1000명 이후 46년 만에 이동자 수가 가장 적었다.

이동자는 읍ㆍ면ㆍ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사람(전입 신고 기준)을 뜻한다. 지난달 이사를 한 사람이 그만큼 많이 줄었다는 의미다. 전년 대비 이동자 수 증감 폭과 증감률 모두 2012년 8월 이래 최저 수치였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이동률은 11.9%(연간 수준으로 환산)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지난달 이동률은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이동자 수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20개월 연이어 줄고 있다(전년 대비).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 이동이 감소한 장기적 요인은 인구 고령화, 단기적 요인은 주택 시장 변화”라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그에 따라 금리도 급하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경기는 하강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대출이자 부담에 주택 매매 등이 크게 줄면서 이사 수요도 함께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34만98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만8260건과 견줘 46% 줄었다. 1년 사이 주택 매매량이 반 토막이 났다. 이 기간 수도권(-56.1%), 지방(-36.2%) 할 것 없이 주택 매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란 말이 유행할 만큼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이전과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고령화도 인구 이동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거주지를 옮기는 경향이 덜하다. 반대로 젊은층은 진학ㆍ취직ㆍ결혼 등 이유로 이사가 잦은 편이다. 노인 인구가 늘고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인구 이동률은 감소하는데, 한국에도 이런 경향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통계청은 진단한다. 이전엔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이런 흐름이 가려져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달 순이동(전입-전출)을 기준으로 인구 유입이 많았던 지역은 인천 3341명, 경기 2150명, 충남 1054명 등이다. 인구가 많이 빠져나간 지역은 순이동 기준 부산(-1705명), 경남(-1404명), 대구(-1245명) 등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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