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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끝났다"는 바이든...하늘길 열린다, FSC vs LCC 승자는? [앤츠.ssul]

중앙일보

입력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기 시작한 게 무려 1년 11개월 전이네요.

팬데믹은 끝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완벽한 작별까진 아니어도 현명한 동거 정도는 가능해진 분위기. 이런 소식, 누구보다 기다렸을 곳이 바로 여행 업계인데요. 거의 3년째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잠깐씩 반등 구간이 있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여행주 주가는 처참했습니다. 오늘은 여행의 시작, 항공주를 들여다볼 텐데요. 진짜 회복이 시작됐다면 어딜 좀 챙겨봐야 할지, 더 근본적으로 정말 투자할 만한 타이밍인지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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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C와 LCC]

지난주 항공 업계가 기뻐할 만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는데요. 일본 정부가 다음 달 11일부터 일일 입국자 수 상한을 철폐하고, 방일 여행객의 개인 여행과 무비자 단기(최대 90일) 체류를 허용하기로 한 것. 지난 8월 국제선 여객 수를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8월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80%, 유럽과 동남아는 50% 수준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고작 13%! 관광이고 뭐고, 오지 말라며 철저히 쇄국정책을 편 탓인데요. 안 그래도 엔화 약세 덕에 우리 입장에선 일본 여행하기 좋은 시점입니다. 입국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으니 일본 관광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거란 기대가 큽니다. 같은 날 대만도 10월 말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

주변국이 꽁꽁 닫았던 문을 열고, 관광객이 늘어나는 건 반색할 일입니다만 개별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다릅니다. 항공사는 크게 대형항공사(FSC, Full Service Carrier)와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로 구분하는데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전자에, 제주항공이나 진에어가 후자에 속하죠.

일본 하네다 공항. 연합뉴스

일본 하네다 공항. 연합뉴스

명칭 자체는 서비스를 기준으로 구분했지만, 거리로 더 쉽게 나눌 수도 있습니다. 안 가는 곳 없는 게 FSC, 대략 5시간 안쪽 가까운 곳에 다니는 게 LCC죠. 가까운데 다닐 건데 뭐 큰 비행기가 필요 있나요. 그래서 LCC는 보통 통로가 1개인 ‘내로우 바디’ 기종을 보유하고 있죠. B737과 A320 시리즈가 대표적. 이와 달리 FSC는 통로 2개짜리 ‘와이드 바디’ 기종이 주류. B747, B777, A330 등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한 건 이렇게 주로 보유한 기종(기단)에 따라 사업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내로우 바디 기종엔 ULD라 불리는 항공화물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는데요.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걸 간혹 볼 수 있는 큰 알루미늄 박스(주로 은색)입니다. 뭐 ULD가 없어도 짐을 실을 순 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적재 효율도 떨어지죠.

[화물 덕에 잘 버틴 FSC]

최근엔 내로우 바디임에도 ULD 탑재가 가능한 항공기가 있고, LCC도 화물 쪽으로 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LCC는 여객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제주항공의 매출 비중을 보면 여객이 97%. 화물은 0.5%밖에 안 됩니다. 이 비율은 2021년에도 큰 변화가 없는데요.

하지만 FSC는 다릅니다. 사람과 화물 둘 다 가능하죠. 매출 비중 변화를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나타나는데요. 2019년 대한항공의 매출 비중은 여객이 60.6%, 화물이 21.3%(아시아나항공도 61.3%와 19. 3%로 흡사)였습니다. 그런데 2021년엔 여객 12.4%, 화물 76.5%로 완전히 뒤바뀝니다. 여객 수요가 급격히 줄었지만 이걸 화물로 메우는 게 가능한 구조였던 거죠.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 화물이 비행기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수출 화물이 비행기에 선적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고, 해운이나 항공 운임이 덩달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요. 대한항공의 경우 전 세계 주요 항공사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화물기 투입을 늘렸죠. 덕분에 2021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1조4180억원)를 기록.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확보했죠.

FSC 같은 화물 특수를 누리지 못한 LCC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주가 하락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회사가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으니 상황을 짐작할 만하죠. 여객 수요 회복이 사실상 유일한 반등 재료인데요. 꾹 참았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9년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중 LCC 비중은 약 44%에 달했는데요. 이게 지난해엔 11.2%까지 떨어졌습니다. 6월까지만 해도 18% 정도였는데요. 정부가 국제선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7월 31%까지 뛰었습니다. LCC의 주력 노선인 일본과 중국이 뚫리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죠.

[여객 수요 회복은 확실해?]

하지만 수요 회복 속도가 LCC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② 여전히 비싼 항공권 가격
③ 갈 길 먼 중국 관광 회복
④ 원-달러 환율 상승
항공사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건 4번입니다. 비행기를 사다 쓰니까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외화 부채 규모가 큰데요. 대한항공의 경우 순외화부채가 5조원가량 됩니다.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죠. 당연히 규모가 큰 항공사일수록 부담이 더 큽니다. 게다가 지출도 달러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팬데믹 이전부터 항공사의 고질적인 문제는 높은 환율 민감도였다. 항공기 리스 부채의 대부분이 외화 부채고, 유류비의 지급 역시 외화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업 안팎 모두에서 환율 상승은 악재다.〈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환율 상승은 수요를 억제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9월 1달러에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 같은 돈을 들고 여행을 한다면 20%가량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죠. ‘여행을 너무나 가고 싶지만 조금 더 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요.

스멀스멀 다가오는 경기 침체도 수요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죠. 경기 침체는 FSC가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 화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력도 큽니다. 물론 3분기 성적이 여전히 좋고, 전통적으로 4분기가 성수기라 연말까진 괜찮은 흐름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계속 이럴 순 없습니다.

지난달 인천공항의 화물 수송 실적은 약 23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 5개월 연속 감소하는 흐름인데요.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항공 화물 수요 또한 조금씩 줄기 때문입니다. 운임도 하락하고 있는데요. 수요 축소가 예고된 가운데, 중국이 본격적으로 항공편을 늘리기 시작하면 화물 운임 가격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나 올해만큼 많이 남기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죠.

정리해보겠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FSC는 아직 탄탄한 화물 수요에 여객 회복으로 기대가 커졌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내년 이후의 화물 운임 하락이 걱정스러운 포인트입니다.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 폭이 컸고,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할 만한 LCC 쪽에 더 눈길이 갈 만 한데요. 기대만큼 관광 수요가 빠르게 늘지 않으면 LCC 역시 부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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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PICK]

대한항공·진에어

수익성이 가장 높은 김포-하네다 노선을 과점하고 있기에 일본 여행 재개 초기에는 더 유리하다. 대한항공의 2022년은 화물과 여객 모두 기대 이상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엔 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렵지만, 지난 3년간 충분히 벌었다. 순차입금을 8조원 감축하며 재무도 개선됐다.

2년 넘게 쌓인 (여행) 이연 수요와 공급 구조조정의 불균형으로 경기 사이클을 뛰어넘는 수혜가 예상된다. 여름 성수기 이후 주춤하던 국제선 여객은 10월부터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여객 흑자 전환이 가장 빠른 진에어가 최선호주.

[좀 더 공부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항공업계의 지형 변화도 꾸준히 관측해야 할 포인트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란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죠. 공정위는 지난 2월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승인했지만, 독과점 우려가 있는 일부 노선의 공항 슬롯(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하는 권리)과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도록 조건을 달았는데요.

에어프레미아. 중앙포토

에어프레미아. 중앙포토

대한항공 입장에선 최대한 지켜내는 게 당면 과제.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내놓아야 할 상황인 겁니다. 공정위가 지적한 독과점 우려가 있는 국제선 중엔 알짜로 꼽히는 미주·유럽 노선도 있는데요. 주로 단거리 운항만 해온 LCC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게 된 겁니다.

실제로 티웨이는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중대형 항공기(A330) 도입에 착수했는데요. 얼마 전 싱가포르 노선을 띄운 에어프레미아도 있습니다. 장거리 기종인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단일 기종으로 쓰는데 아직은 딱 2대뿐. 2025년까지 총 10대의 드림라이너를 도입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노선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입니다.

FSC의 고품질 서비스와 LCC의 합리적 비용을 동시에 갖춘, 국내 유일의 중장거리 전용 하이브리드 항공사(HSC).〈유명섭 에어프리미아 대표〉

물론 단거리에서 중장거리로 전환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항공기 서너 대로는 효율을 내기 쉽지 않아서죠. 흥미로운 건 LCC 1위 제주항공의 경우 단거리에 집중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기로 한 것. 빈틈을 노려보겠다는 쪽과 효율을 높이겠다는 쪽의 대결이네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을 운수권을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에 나눠줄지도 궁금한 포인트죠.

양성진,『세상을 바꾼 K-LCC』
지난 8월 나온 신간인데요. 투자할 땐 늘 사업의 배경이 중요하죠. 국내 LCC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복잡한 역사를 쉽게 정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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