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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미래다]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유리지 작가의 기증특별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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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고(故) 유리지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을 기념해 기증특별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주요 출품작. 위쪽부터 아래 방향으로 각각 1. 십장생과의 여행-수·수(水·壽). 2. 무인도(호텔 로비 조형물). 3. 유수(流水). 4. 골호-삼족오 5. 향로와 잔.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고(故) 유리지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을 기념해 기증특별전시를 개최한다. 사진은 주요 출품작. 위쪽부터 아래 방향으로 각각 1. 십장생과의 여행-수·수(水·壽). 2. 무인도(호텔 로비 조형물). 3. 유수(流水). 4. 골호-삼족오 5. 향로와 잔. [사진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9월 27일부터 11월 27일까지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고(故) 유리지(1945~2013년·사진)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을 기념해 첫 기증특별전시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를 개최한다.

유리지는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 1970년대 미국 유학 후 국내 현대 금속공예의 발전에 기여한 공예가이자 교육자이며 미술관인이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의 장녀다.

장신구 등 폭넓은 작품세계로 주목

유리지는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서정적 풍경을 표현한 금속공예 작품을 비롯해 장신구·환경조형물·장례용구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1981년부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재직했고, 2004년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해 2010년부터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금속공예를 연구·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의 활동을 지원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준비 단계부터 유리지의 위상과 그의 작품과 자료의 가치에 주목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유족으로부터 총 126건 327점의 작품을 수증하며 기증특별전시를 개최하게 됐다.

유리지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은 그를 기리고자 미술관의 명칭을 ‘유리지공예관’으로 바꿔 운영해왔다. 그 노력의 연장선에서 서울공예박물관에 유리지의 전 생애 주요 작품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유리지의 시대별 대표작품과 더불어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유자야(여동생, 섬유공예가, 전 고은보석 대표, 현 유리지공예관 관장)가 제작·판매했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 황금찻잔 등 고급 금속공예 제품 컬렉션도 기증됐다.

4부로 구성해 작품과 공예가 역할 보여줘

전시는 4부로 구성해 유리지의 전 생애 작품과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예가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했다. 1부 ‘유리지를 추억하며’에서는 유리지의 우면동 작업실을 중심으로 가족의 이야기와 초기 작품을 소개한다. 작업실 재현 공간에서 유리지가 사용했던 작업 도구들과 1960~70년대 작품, 자료를 통해 한국 현대금속공예 성립의 배경과 한 작가의 성장기를 확인한다.

2부 ‘바람에 기대어’에서는 1980~90년대 구름, 바람과 바다 등 자연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타인을 위한 예술’로의 공예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는 은기와 장신구, 작은 조각, 나아가 환경조형물을 통해 서정적 풍경을 담아냈다.

3부 ‘흐르는 물’에서는 생명의 순환에 대한 유리지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제작된 장례용구를 선보인다. 그는 공예가가 삶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부친 유영국의 죽음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장례의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한다. 4부 ‘고은보석’은 기증자 유자야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운영했던 금속공예 공방 겸 상점의 제작품으로 채워졌다. 유리지의 설계, 자문과 제작 감리를 통해 완성된 뛰어난 조형미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 등 볼거리를 선사한다.

유족들은 고(故) 유리지의 유지를 이어 ‘서울시 공예상’(가칭) 제정과 운영 후원 의사를 밝혔다. 한국 공예작가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노력한 유리지의 뜻을 기려 우수한 한국 공예가를 선정·시상하는 ‘공예분야 작가상’으로, 내년 하반기 제정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지 기증 작품을 비롯해 개관 전후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와 김승희, 김여옥, 서도식, 신혜림, 정영관, 정용진, 조성혜, 최현칠  등 금속공예가 9인의 작품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박물관의 현대금속공예 컬렉션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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