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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생각에 무조건…" 여학생 몰카범 잡은 남고생의 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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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여고생 센치를 불법 촬영한 B씨가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려 휴대전화를 벽에 내리찍는 모습을 A군이 촬영했다. 사진 TV조선 캡처

지난 21일 여고생 센치를 불법 촬영한 B씨가 현장에서 증거를 없애려 휴대전화를 벽에 내리찍는 모습을 A군이 촬영했다. 사진 TV조선 캡처

한 지하철역에서 등교하는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하던 남성을 붙잡은 고교생이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해 그냥 먼저 행동했다”고 밝혔다.

고교생 A군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범행이 일어났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1일 남성 B(36)씨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여고생 뒤에 바짝 붙어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했다.

B씨의 범행을 처음 목격한 한 여고생은 그에게 “뭐 하는 거냐”며 그의 가방을 움켜쥐었다. 이때 B씨는 도주를 시도했다가 근처에 있던 A군에게 붙잡혔다. 그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벽에 마구 내리쳤다.

A군은 “등굣길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여자분이) 남자분을 잡고 있는 걸 봤는데, 남자분이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하셔서 제가 잡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군은 “경찰관이 오길 기다리는 중에 남자분이 증거인멸을 하시길래 한 손으로 남자분을 잡고 한 손으로 증거 인멸하는 장면을 찍었다”며 “(당시 B씨는) 아무 말 안 하고 계속 한숨만 쉬더라”라고 설명했다.

A군은 당시 상황이 무섭지는 않았냐는 질문엔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행동으로 옮겼다”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지는 않았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우선 생각 들었던 게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냥 먼저 행동을 이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등굣길이었던 A군은 몰카범을 잡은 뒤 정상 등교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선생님)에 말씀드렸더니 정상 (등교) 처리해 주셨다”며 “보시는 선생님마다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웃었다.

부모님 반응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잘했다고 칭찬하셨는데 나중에 그런 일이 있으면 (가해자가) 흉기 등을 들고 다닐 수 있어 위험할 수 있으니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며 “그럼에도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여동생이 있는 A군은 동생이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기 일처럼 생각하면서 현장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이고 가족이다. 지나치지 마시고 꼭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전날 B씨를 불법 촬영 등 혐의로 입건했으며, 파손된 휴대전화 복구와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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