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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전통 한옥에 현대적 감각 '한 스푼'…가회동 '자명서실'

중앙일보

입력

[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4)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고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툇마루와 그 위로 접혀 걸려 있는 외문들, 그리고 기와의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적인 나무의 빛깔 등이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집 전체에 선사한다. [사진 이종근]

이 고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툇마루와 그 위로 접혀 걸려 있는 외문들, 그리고 기와의 곡선이 조화를 이루며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적인 나무의 빛깔 등이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집 전체에 선사한다. [사진 이종근]

자명서실

가회동의 조용한 골목 끝에 위치한 이 가옥은 2005년에 완공되었다. 집주인은 설계 과정에서 전통적인 한옥과 가회동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뛰어난 전망을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에 자명서실은 산에 둘러싸여 있는 서울 도심 한옥 중에서도 자연적 아름다움을 눈에 띄게 부각시키는 장점을 갖게 되었다.

이 집의 가구는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한국 전통의 좌식 문화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개의 신식 한옥들이 그렇듯 나무 바닥 아래로는 온수배관 시스템이 깔려 있다. [사진 이종근]

이 집의 가구는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한국 전통의 좌식 문화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개의 신식 한옥들이 그렇듯 나무 바닥 아래로는 온수배관 시스템이 깔려 있다. [사진 이종근]

2000년대 초에 지어진 한옥들은 전통적인 한옥 건축 양식을 엄격하게 따랐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1990년대 말 한옥의 재발견 당시에 유행한 19세기 말 전통 한옥의 구조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목재가 주를 이루는 전통 한옥의 특성상 긴 처마는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나 여름철 햇빛을 막아주고 비나 눈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2000년대 초에 지어진 한옥들은 처마의 외적 아름다움을 뚜렷이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 한옥 특유의 섬세한 처마 곡선은 자명서실의 아름다운 처마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 중 하나이다.

입구 오른쪽에 놓인 개방형 다용도 선반은 대다수 한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신발장을 대체해 현대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이 방바닥에 앉은 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진 이종근]

입구 오른쪽에 놓인 개방형 다용도 선반은 대다수 한국 가정에서 사용하는 신발장을 대체해 현대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활동이 방바닥에 앉은 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진 이종근]

처마 외에도 자명서실의 툇마루는 전통적인 건축 요소를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자명서실의 툇마루 양끝에 자리한 칸들은 길고 좁은 마당으로 이어진다. 대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칸에는 다이닝룸이 자리 잡고 있으며, 반대쪽 칸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베란다가 딸린 누마루가 위치해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중앙에 마당이 있는 폐쇄형 도시 한옥들과는 대조적으로 전통 한옥의 건축 구조에 가깝다.

세련된 검정색 식탁으로 장식된 다이닝 룸에서는 이웃 한옥들과 서울 도심, 그리고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호지와 유리 미닫이문과 접히는 격자창까지 세 겹으로 이뤄진 창문이 여름의 강렬한 햇살과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준다. [사진 이종근]

세련된 검정색 식탁으로 장식된 다이닝 룸에서는 이웃 한옥들과 서울 도심, 그리고 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호지와 유리 미닫이문과 접히는 격자창까지 세 겹으로 이뤄진 창문이 여름의 강렬한 햇살과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준다. [사진 이종근]

가옥의 두 칸에 설치된 격자무늬 창문들을 통해 달빛이 집 중앙부를 물들일 때 자명서실은 특히 더 아름답다. 다이닝룸 창문 위로 길게 늘어진 처마의 곡선미, 그리고 그에 깃들어 빛나는 서울의 야경은 탄식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이 가옥 안에서 가장 주요하고도 아름다운 장소에 위치한 다이닝룸은 숨이 멎을 듯한 전망을 배경으로 사람들끼리 모여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던 집주인의 소망을 그대로 실현시켜주는 곳이다.

19세기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전통 한옥 양식의 방은 현대적인 감각의 욕실과 대조된다. [사진 이종근]

19세기에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전통 한옥 양식의 방은 현대적인 감각의 욕실과 대조된다. [사진 이종근]

각 방은 미닫이 창호 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인 방 디자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이 방에 단순하고 평온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사진 이종근]

각 방은 미닫이 창호 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인 방 디자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이 방에 단순하고 평온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사진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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