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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귀중품과 휴대폰…추석에 숨진 모녀, 타살 정황 나왔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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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 그래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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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추석 연휴 기간 부산에서 일어난 40대 여성과 10대 딸의 사망 사건을 타살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들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사건 현장에서 귀금속과 휴대전화 등 귀중품이 사라진 것을 파악한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잠에서 깬 아들, 숨진 엄마와 누나 발견

경찰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2일 오후 12시50분쯤 부산시 부산진구 한 빌라에서 A씨 아들 C군(10대)이 어머니와 누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거실에 엎드린 채, B양은 자신이 방 침대 옆에 천장을 보고 드러누운 상태로 발견됐다. A씨 몸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남았으며, 딸인 B양 얼굴에서는 타박상이 발견됐다. 흉기 한 점이 숨진 A씨 옆에 떨어져 있었다. C군은 경찰에 신고하고 이웃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초 검안에서 A씨 사망 원인 ‘자창에 의한 실혈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흉기 등에 찔려 사망했다는 의미다. 딸 B양에게서는 질식한 듯한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부검 결과 두 사람 모두 ‘사인 불상’ 소견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B양 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한차례 났다가 자연적으로 꺼진 흔적을 발견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포함해 불이 나고 꺼진 시간 등도 조사하고 있다.

일가족 몸에서 수면 유도 성분 검출

당초 이 사건을 놓고 이혼 뒤 직업 없이 남매를 기르며 생활고를 겪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는 지난해 7월 기초생활보장대상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럿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착용하던 귀중품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했다. 이들 귀중품을 착용한 마지막 시점과 사건 발생 추정 시점으로 미뤄 경찰은 A씨가 패물을 직접 처분할 만한 시간이 없었으며, 누군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사라진 귀중품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관 강제 개폐 등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모녀에게서 약물 의심 성분이 검출됐다고 구두 통보했다. 이 약물은 수면을 유도하는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숨진 A씨와 B양은 물론 막내아들 C 군에게서도 검출됐다. C군은 숨진 A씨와 B양을 발견하기 전 10시간 넘게 잠을 잔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진 휴대전화, 은폐 시도 흔적?
경찰은 숨진 모녀 가운데 B양의 휴대전화만 사라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 안에서는 B양의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기지국 추적을 해보니 집 밖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수색 끝에 집 근처에 버려진 휴대전화를 찾았다. 감식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는 사건 발생 5일 뒤 사건 현장에서 떨어진 위치에서 발견됐다.

반면 현장에 A씨 휴대전화는 그대로 남았다. 경찰은 범인이 현장에서 딸의 휴대전화를 가져나간 뒤 인근에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 가운데 B양 휴대전화만 사라졌다. 범인이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탐문을 통해 A씨 주변인 등을 대상으로 혐의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C군은 다른 가족이 보호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팀이 연결돼 심리적 지원 등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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