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무늬만 정규직’ 전환…10만명 중 일반 정규직은 1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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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밀어붙인 2017년 7월 이후 공기업·공공기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이 1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약 85%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전환 방식을 통해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 숫자 부풀리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21년 말까지 공공기관 344곳에서 정규직 전환 인원은 총 9만8377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7월 공공기관 정규직은 약 32만명이었는데 3년 반 새 약 30%가 증가한 것이다. 새로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원과 퇴사자는 제외한 수치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1호 지시’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고,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 효과는 낮았다. 직접 고용이 아닌 신설된 자회사 등에 채용되는 ‘자회사 전환’으로 정규직이 된 인원이 4만9592명(50.4%)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임금·승진 등은 일반 정규직에 미치지 못해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이란 의미)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도 3만3448명(34%)이나 됐다. 사회적 기업 등 제3섹터 고용이 1446명(1.4%)이었다.

진정한 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1만3894명으로 14.1%에 불과했다. 통계상으론 정규직 수가 늘어났지만,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는 동안 정규직 전환을 ‘무임승차’라며 반대하는 기존 정규직과 갈등이 커지고,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늘려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다.

기준도 들쭉날쭉했다. 예컨대 A병원은 1072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일반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B의료원은 298명의 비정규직 중 의사 10명을 제외한 288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공기관마다 채용 여건과 상황이 다른 점도 고려하지 못했다. ‘특수경비원’ 신분이던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한다고 발표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가 대표적이다. 항공산업·부동산 임대업이 주요 업무인 인국공은 현행법에 따라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수경비원을 고용할 수 없었다. 결국 직고용 실적을 쌓기 위해 이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전환해 채용을 밀어붙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유경준 의원은 “업무 유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유지하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기업에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유사한 일을 하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격차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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