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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서 中 불교 성지 느낀다, 센스타임의 흥미로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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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막내린 2022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WAIC)에서 인공지능(AI) 기업 센스타임(Sense Time·商湯科技)이 중국 5대 명산 오대산(五台山)의 불광사(佛光寺)를 부스에 생생하게 구현해 화제다.

오대산은 중국 산시성 북동부에 위치한 불교의 영산(靈山)이다.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의 혜초스님이 마지막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불교계에서 인정하는 5대 불교 성지 중 하나인 이 산에는 당대(唐代)에 지어진 중국 최고(最古) 목조 건축물 불광사가 있다. 고건축물임과 동시에 과학적,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깊고 높은 산 언덕 위에 있어, 불광사를 직접 눈에 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센스타임이 AI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 불광사 동대전을 고정밀 복원해 눈앞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2022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WAIC) [출처 센스타임]

2022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WAIC) [출처 센스타임]

*디지털 트윈?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 디지털 트윈 기술은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된다.

동대전은 불광사의 본당으로 당 대중(大中) 11년(857)에 건립됐다. 정면에서 봤을 때 전체 길이는 36.3m, 기단 표면에서 용마루 끝의 기와까지 높이는 17.7m에 달한다. 동대전은 천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형된 부분 없이 안정되고 견고해 당대 목조 건축의 모범으로 여겨진다. 동대전 내부는 더 치밀하고 예술적이다. 동대전 내부는 공간분할, 천장 가구의 짜임이 돋보이는데, 내부를 구성하는 부재는 모두 긴밀히 결합해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된다. 관람객들은 센스타임의 컴퓨터 비전 기술, 로봇 팔 및 기타 AI, AR 기술이 더해져 가상과 현실이 결합한 형태의 불광사를 마주하게 된다.

문화재와 센스타임의 AR 기술이 만났다

센스타임은 오래전부터 기술이 문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믿어왔다. 기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중국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디지털 문화 산업 영역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센스타임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부문 총책임자인 롼칭청(栾青称)은 핀완과의 인터뷰에서 "전통문화나 문화재는 사진, 비디오 등 물리적으로 '고정된 형태'로 전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가 흔히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문화 콘텐츠를 볼 때, 그 이면의 동적 논리를 이해할 방법은 없으며, 고정된 형식이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는 깊이와 너비 측면에서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즉, 센스타임의 기술이 콘텐츠와 상호 작용했을 때, 콘텐츠 뒤에 숨겨진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센스타임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디지털 문화 창작, 디지털 출판 분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천년의 순간: 둔황 디지털 벽화'나 2022년 6월 2300부 한정 판매로 내놓은 '쉬베이훙(徐悲鸿)의 송인필마(宋人匹马)'와 같은 디지털 창작품은 실물 기반+디지털 콘텐츠를 조합한 형태로, 동영상이나 3D 모델 등을 활용해 현실감 넘치는 문화 콘텐츠로 재창조한 결과다.

지난 5월에는 파트너사인 롄어우테크놀로지(连偶科技), AR 글래스 제조업체 Nreal과 함께 MR 몰입형 체험 프로젝트인 〈고촉환지(古蜀幻地)〉를 제작했다. 고대 중국 문명과 MR을 결합한 전시로, 관람객이 MR 안경을 착용하면 싼싱두이(三星堆) 박물관의 전시품이 동적으로 구현된다. 센스타임의 AI + AR 기술로, 덩그러니 놓여있던 문화 유물들이 더욱 크고 생생하게 보인다. 관람객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고대 촉 문명의 황금가면, 청동 거울의 이면에 숨겨진 놀라운 역사를 보다 직관적으로 느끼고, 고대 전설인 고촉왕어부(古蜀王鱼凫)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센스타임에서 제작한 쉬베이훙의 송인필마. 쉬베이훙의 작품 〈송인필마장소사의도〉를 재창조했다.

센스타임에서 제작한 쉬베이훙의 송인필마. 쉬베이훙의 작품 〈송인필마장소사의도〉를 재창조했다.

고촉환지(古蜀幻地) 프로젝트 제작 과정 [출처 소후닷컴]

고촉환지(古蜀幻地) 프로젝트 제작 과정 [출처 소후닷컴]

"인공지능은 창작을 대체하는 위협이 아닌, 창작자를 돕는 도구"

다양한 유형의 예술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센스타임의 기술은 예술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유형의 예술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인공지능은 창작을 대체하거나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더 풍부한 전시 능력을 제공하는 도구다.

센스타임의 CEO 쉬리(徐立)는 핀완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보기에는, 이런 기술을 적용해 가상의 문화재를 보는 것이 실체를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하면 감상할 가치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단지 문화재를 생생하게 느끼고자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눈과 비, 바람과 서리 속에서 문화재를 영원히 보존하고 후손들이 옛 건물에서 지혜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고 의미다"라고 말했다.


궁극적 목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데이터' 만들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 높이는 것

인공지능을 적용해 문화재를 구현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의 요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센스타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산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북송 시대, 이계(李诫)가 쓴 '영조법식(营造法式)'은 송나라 건축의 바이블로 통했다. 옛 사람들은 영조법식에 따라 표준을 설정하고 크기를 조금씩 수정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그 덕에 건물을 짓는 시간은 크게 단축됐다. 쉬리는 "과거 영조법식처럼, 현재 시대에는 인공지능 활용해 생산 패러다임에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알고리즘 모델과 훈련 플랫폼을 표준화해 작업의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으며, AI 클라우드 컴퓨팅 SaaS+PaaS로 조직 효율성 또한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엔지니어 없이 설계자만 있으면 빠르게 응용해 건축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과거에는 비디오의 특수 효과를 전문 디자이너가 몇 시간에 걸쳐 만들었지만, 이제는 숏폼 제작 플랫폼에서 모두가 쉽고, 효과적으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이렇듯 센스타임은 단순히 자사 기술을 활용해 문화재와 작품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화재를 다방면으로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발견해낸다. 센스타임은 자사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 중이다.

센스타임이 AI 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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