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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의무매입법 처리, 26일로 미뤘다…野 "이재명 의지 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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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던 양곡관리법 처리가 20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이 법안은 지난 15일 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위에서 단독 처리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던 중이었다.

소병훈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소병훈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은 당초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하려 했으나, 회의 직전 진행된 비공개 여야 간사 회동결과 이날은 유보하고 26일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됐다.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25일에 쌀값 안정 대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며 “발표 안을 본 뒤에 국회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양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대책안 발표 날짜를 확정함에 따라 국회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발표 날짜를 정하지도 못하던 정부가 지난 15일 소위 이후, 발표 날짜를 30일로 제안했다가 다시 25일로 앞당기는 등 신속한 대응 마련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농해수위는 이날 양곡관리법을 상정하지 않고 소위와 전체회의를 진행했고, 여야 이견이 없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등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정부, ‘文 정부 안’ 이상 수준 제시…野도 연속 강행 부담

강행처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민주당이 멈칫한 데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쌀값 관리법(양곡관리법)을 민심에 따라 조속히 법제화하겠다”며 신속처리를 강조했다.

우선 정부가 날짜를 확정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방향성을 야당에 전달한 점이 급제동의 원인으로 꼽힌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최근 농림부 관계자가 직접 국회에 대안을 설명했다”며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 ‘37만톤+알파’를 매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경남 함안군 가야읍 묘사리 한 논에서 농민이 농기계를 이용해 수확을 1개월여 앞둔 볏논을 갈아엎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100여명은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경남 함안군 가야읍 묘사리 한 논에서 농민이 농기계를 이용해 수확을 1개월여 앞둔 볏논을 갈아엎고 있다.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등 농민 100여명은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한 쌀값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37만톤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매입했던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김영록 농림부 장관은 이를 “2010년 이후 최대 격리량이며 수확기 격리량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고, 실제 쌀값은 안정됐다. 현 정부가 여기에 ‘플러스 알파’까지 제안했단 얘기다. 이양수 의원 역시 2017년 대책을 언급하며 “법을 고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단 걸 민주당이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미 소위에서 단독처리를 단행한 야당이 상임위에서도 단독 처리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소위 통과를 ‘불법 날치기’로 규정하고,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실제 이날 비공개 소위에선 김승남 의원이 단독처리에 유감 표명을 했다고 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관계자들과 함께 '쌀값 안정 대책 촉구 전국 도지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남 관계자들과 함께 '쌀값 안정 대책 촉구 전국 도지사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여전히 남은 野 단독처리 불씨…이재명 측 “처리 의지 확고”

다만 민주당의 일보 후퇴에도, 강행 처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 내엔 "농민들이 원하는 건 일시적인 매입량 상향이 아닌 법적 제도화이기 때문에 25일 발표될 정부 안과 무관하게  26일에 법안 처리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전북 김제시 농업인교육문화지원센터에서 가진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전북 김제시 농업인교육문화지원센터에서 가진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능한 강한 야당’을 표방하는 이재명 대표의 입장도 법안 처리 쪽에 기울어 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측근은 “이 대표가 지난 16일 전북 농민 간담회를 다녀온 후 처리 의지가 확고해졌다”며 처리 강행에 무게를 뒀다. 실제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법안과 관련해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리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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