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데이터센터, 비수도권으로 가야 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22.09.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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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홍준희 가천대 스마트시티융합학과 교수

홍준희 가천대 스마트시티융합학과 교수

“모두에게 개방된 목초지가 있다면, 목동들이 자신의 사유지는 보전하고 이 목초지에만 소를 방목해 곧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생태학자인 개릿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제목의 칼럼 내용이다.

공유자원을 이용하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한 결과가 사회 전체의 이익 증대가 아닌 사회 이익의 축소와 파멸을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의 관여 및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공유자원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보며, 공유지의 비극이 떠오른 건 왜일까?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전력소모량이 많지만 ‘4차 혁명’ 시대에 데이터센터 확충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보기술(IT)기업들이 기존 데이터센터와의 근접성, 유지보수 인력 운영 문제 등으로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선호하고 있고, 특히 값싼 전기요금과 고품질 전력을 이유로 에퀴닉스·디지털리얼티 등 굴지의 글로벌 리츠 기업들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경기 남부의 K반도체 벨트, 제3기 신도시, 산업단지 개발에 필요한 전력공급에 어려움이 따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는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품이지 공공재가 아니다. 아울러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 자원이고, 모든 국민이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유자원이다.

기업의 편의성 및 이익 극대화를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는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력수요 분산을 유도해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유지하고, 한정된 전기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대규모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변전소 건설 등 전력망 보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수도권보다 전력공급에 여유가 있는 비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면  막대한 전력망 계통보강 비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전라남도, 강원도 등 지자체들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세제 혜택 및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유치계획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효율적인 전력계통 운영과 탄소 중립 실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전체의 이익과 함께 기업의 안정적인 IT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비수도권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다변화하는 기업의 정책 수정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홍준희 가천대 스마트시티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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