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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세 지지율에 찬물"…尹, 하루만에 878억 영빈관 접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이 800억원대 예산을 들여 구 청와대 영빈관 격의 신축 부속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단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8시 24분 언론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런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 건립이라는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 강행할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외빈 접견,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 6300만원을 편성해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사업 기간은 2023~2024년으로, 내년에만 497억 4600만원이 책정됐다. 이 사실이 전날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후 이는 정치권의 공방 거리로 부상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뒤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열었으나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또 이날 오후 다시 청사 브리핑을 통해 국격 제고와 경호 문제 측면에서 건물 신축의 불가피성을 거듭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존 청와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데에도 152억원대 예산을 편성한 사실이 나타나는 등 관련 논란은 더 커져 갔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윤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은 새빨간 거짓말”(박홍근 원내대표),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의무”(이재명 대표) 등 공세 수위를 높여나갔다.

특히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사 비용이 밑도 끝도 없이 불어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과거 김건희 여사 녹취록에서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 옮겨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등을 통해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영빈관을 옮긴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실은 내부 긴급회의를 열고 신축 계획 철회로 의견을 모은 뒤, 이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빈관 신축에 대한 야당 공세와 냉담한 여론에 윤 대통령이 순방 전에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인사는 “시간을 두고 영빈관 신축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추진했어야지, 안 그래도 민생이 어려운 와중에 800억원대 영빈관 신축 뉴스를 접한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응할 리가 없다”며 “막 지지율이 반등세에 타려던 때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실은 용산 청사 2층의 다목적홀이나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등을 대형 행사장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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