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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로 2년형 받은 은수미…구속 전 "진실 좀 봐라" 목메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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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등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수원=뉴스1) 김영운 기자 = 은수미 전 성남시장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뇌물수수 등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관에게 수사 정보를 받는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들어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은수미(58) 전 성남시장이 16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은 전 시장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수미 전 성남시장 징역 2년 선고, 법정구속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67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의 전 정책보좌관 박모(51)씨에게 징역 4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의 전 수행비서 김모(41)씨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지만 이날 이어진 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 재판에서 징역 7년에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은 전 시장은 최측근인 전 정책보좌관 박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전 경찰관 A씨(55)에게 수사 기밀을 넘겨받고, 대가로 인사 청탁과 이권 개입 요구를 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의 상관인 퇴직 경찰관 B씨(62)의 인사 청탁과 건설사업 동업자의 도시계획위원 위촉 요구도 들어준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정책보좌관 박씨에게 휴가비나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은 전 시장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성남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은 전 시장에게 수사 기밀을 전달하는 대가로 지인을 성남시 6급 팀장으로 승진시켰고, 성남시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도록 계약을 성사시켜 7500만원을 받았다. B씨도 박씨로부터 “은 시장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사 청탁 등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B씨도 이날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연합뉴스

수원지법. 연합뉴스

이 사건은 은 전 시장의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2020년 3월 사직한 공익제보자 이모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이씨는 “2018년 은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 송치되기 전 A씨가 수사 결과 보고서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무죄” 주장했지만, 법원 “엄한 처벌 불가피”

은 전 시장은 재판 내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공익제보자의 사적인 보복 감정에 따른 제보”라며 “부정한 청탁을 응하거나 뇌물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은 전 시장의 혐의 중 수의계약 체결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만 “정당한 입찰 계약”이라며 무죄로 인정했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경찰관들이 요구한 이권개입(터널 가로등 교체 사업에 특정 업체 계약)과 2건의 인사 청탁은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시장 직위 유지와 직결된 형사사건의 수사상 편의를 받기 위해 정책보좌관이 담당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수의계약 및 인사 등 이익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며 “성남시장으로서 시정을 총괄하며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데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에 가담해 공무원 인사 및 관급자재 계약 체결과 관련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또 “그런데도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부하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저지른 일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은 전 시장은 법정 구속 전 마지막 발언 기회에서 목이 메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법정구속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런 판결을 받을 만한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항소하겠다”며 “(재판부가) 검찰 입장만 인정했다. 법원이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진실을 좀 더 살펴봐 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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